지구에서 311광년 떨어진 항성 ‘HD 114082’를 109.8일 주기로 공전하는 가스형 행성 ‘HD 114082 b’의 상상도. /NASA
지구에서 311광년 떨어진 항성 ‘HD 114082’를 109.8일 주기로 공전하는 가스형 행성 ‘HD 114082 b’의 상상도. /NASA

똑똑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행성 과학자들조차 머리를 긁적이게 하는 외계행성이 발견됐다. 암석형 행성보다 밀도가 높은 가스형 행성 ‘HD 114082 b’가 그 주인공이다.

기존 이론으로는 이 행성의 존재 자체를 설명할 수 없어 지금까지 정설로 믿어왔던 행성 형성 모델을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연구소(MPIA)의 천문학자 올가 자호자이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유명 학술지 천문학·천체물리학(A&A)에 ‘슈퍼 목성’으로 불리는 HD 114082 b를 관측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이 지구에서 311광년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의 항성 ‘HD 114082’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이 녀석은 약 1500만년 전 형성된 아주 어린 행성이자 수소·헬륨이 주성분인 거대한 기체 행성, 즉 목성형 행성(가스형 행성)이다.

그런데 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위성 ‘테스(TESS)’와 유럽남방천문대(ESO)의 칠레 ‘라 실라(La Silla)’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HD 114082 b가 항성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줄어드는 양과 행성의 중력으로 별이 흔들리는 현상을 장기 관측한 결과, 연구팀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결론에 도달했다. HD 114082 b의 크기는 목성과 비슷하지만 질량은 목성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호자이 박사는 "이 행성의 밀도가 암석형 행성인 지구의 2배, 목성과 비교하면 무려 10배에 달한다는 의미"라며 "기존 이론상 1500만년짜리 가스형 행성이 가질 수 있는 밀도보다 2~3배나 높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의 행성 형성 모델을 보면 거대 가스행성은 젊은 중심별 주위를 도는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단 2가지 경로로 만들어진다. 암석형 물질이 정전기적으로 결합해 핵을 형성한 뒤 이 핵의 중력이 주변 가스를 끌어당기는 방식, 원반 내 고밀도 지역에서 나타난 중력 붕괴로 암석 핵 없이 주변 가스가 결집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연구팀의 일원인 MPIA의 랄프 라운하르트 박사는 "전자는 가스가 핵에 부착하는 동안 빠르게 식어 ‘콜드 스타트’, 후자는 가스가 열에너지를 유지해 ‘핫 스타트’라 한다"며 "HD 114082 b는 여러 면에서 핫 스타트여야 했지만 크기와 질량의 조합이 전혀 맞지 않고 콜드 스타트로 설명하기에는 크기 대비 질량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라운하르트 박사는 "핫스타트의 개념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직 거대 행성의 형성에 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믿는 이론을 기준으로 HD 114082 b는 질량에 비해 너무 작다"면서 "이 행성이 이례적으로 큰 핵을 지녔거나 이론이 아예 틀렸을 가능성, 혹은 둘 다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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