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성일종 정책위의장. /연합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한 차기 당권을 두고 내부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 당권 주자들은 영남 대표 때마다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도권 당권 주자들은 수도권 대표여야 만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이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차기 전당대회가 내년 1분기 열릴 것으로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해당 주장들의 격돌이 예상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 21’초청 토론회에서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선 김기현·윤상현·조경태·권성동 의원 등 이름을 언급한 후 "당대표 후보로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으로,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전 대표와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권성동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은 꾸준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외 최고위원 전원이 수도권 출신이다. 국회 지역구 의석 절반이 수도권이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며 "그 다음에 MZ세대에 인기있는 대표여야 하고 공천도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해야된다. 이 조건 맞추는 사람이 누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3월 12일(비상대책위원회 임기)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당대표를 뽑느냐 아니면 좀 더 늦더라도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하느냐 이런 문제도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황"이라면서 "이런 것들이 오픈되어서 논의되기 시작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당권 주자들과 계파 간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권주자 실명과 구체적 조건이 포함된 점 △당권주자 중 대세론을 형상한 주자가 없는 점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두 차례 회동을 한 뒤 나온 메시지라는 점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등 ‘윤심(尹心)’을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선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지난 4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반박했다. 지역구가 울산 남구을인 그는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3시간 독대’를 하기도 했다.

부산 사하갑의 5선인 조경태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성에 찬 사람이면 어찌 보면 완벽한 분이고, 완벽한 분이면 선거할 필요 없이 추대하면 된다"며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인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 부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의원들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보수층의 지지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중도와 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수도권 민심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 선거전략을 아는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도 "수도권과 중도와 젊은 세대의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당의 얼굴이 돼야 유권자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에 구애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천, 타천 거명되는 당권 주자를 쭉 나열하고 비판하는 부분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며 "내부 총질보다 더 나쁜 것이 내부 디스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당권주자들 간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 "과잉 반응"이라며 "수도권 대책을 꼭 수도권 의원이 잘할 수 있나. 그건 아니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한 장관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에는 "거기에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한 건 전혀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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