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 부는 인공지능 디에이징(AI de-aging) 바람

이런 시대가 오고 있다. 같은 영화에서 나이든 배우 스스로가 자신의 젊은 시절도 연기하는.

최근 해리슨 포드의 ‘AI 디에이징’(de-aging)이 화제다. 80세인 그가 AI(인공지능)에 힘입어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이다.

2일(현지시간) 할리우드 매체들에 따르면, 포드는 ‘인디아나 존스’ 5편 ‘인디아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에 여전히 고고학자로 출연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9년, 포드는 1편의 배경인 1944년으로 돌아가는 회상장면에서 AI 도움을 받아 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1982년 1편 제작 당시 포드는 40세였으니, 무려 4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포드는 영국 영화잡지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자신의 젊은 모습을 보는 것이 "약간 으스스하다"는 농담과 함께 현재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해리슨 포드 최근 모습.
해리슨 포드 최근 모습.

영화 속 컴퓨터그래픽은 AI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포레스트 검프’(1994)의 컴퓨터그래픽은 이미 과거로 넘어갔다. 이 영화에는 베트남전 공로로 검프(톰 행크스)가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실제 다큐 필름의 케네디와 톰 행크스의 디지털 합성이다. 이제 AI가 영화에 관여하면서 그 정도는 ‘껌’이 됐다.

영화에서의 AI 역할은 글부터 시작됐다. 벨기에 스타트업이 개발한 스크립트북(ScriptBook)은 수많은 영화를 학습한 AI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골라낸다. 이용법은 초간단. 시나리오 PDF 파일을 시스템에 업로드한 후 5분을 기다리면 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인공지능은 시나리오의 특성, 캐릭터 분석, 성별과 인종에 대한 차별 여부 등을 평가하며 영화화됐을 때 등급까지 예측한다. 영화화된 후 흑자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그린라이트가 켜진다.

인간에게 분석만 해주는 게 성에 차지 않았는지, AI는 시나리오도 직접 쓰기 시작했다.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 마지막 촬영에서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인공지능으로 수정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아이리시맨-드니로.
아이리시맨-드니로.

시나리오 분석과 쓰기를 마스터한 AI는 영상에 도전한다. 이번 해리슨 포드의 디에이징을 가능케 한 것은 ILM(Industrial Light & Magic)이 ‘페이스 파인더’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부터다. 배우의 움직임 등을 3D로 촬영하고 AI는 그 배우가 출연한 젊은 시절 영화 몇 년치를 학습(머신러닝)한다. 이를 토대로 각 장면에 맞는 배우의 젊은 모습을 구현해 내는 소프트웨어가 페이스 파인더다. 연기는 현재의 나이든 배우가 하고 젊은 얼굴이나 표정은 그들을 ‘공부’한 AI가 만들어 내는 것이다.

페이스 파인더가 유명해진 것은 넷플릭스 영화 ‘아이리시맨’(2019)부터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이 영화에는 그의 단골배우 로버트 드니로·알 파치노·조 페시 등이 출연한다. 이미 70세가 다 넘은 노배우들. 이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30대 시절도 직접 연기했다. 본인이 본인의 젊은 시절을 연기를 하니 이물감이 없다. 화면 속 젊음은 페이스 파인더가 책임졌다.

여태까지는 출연 배우와 가장 닮은 배우를 캐스팅해 아역 또는 젊은 시절을 맡겼다. 그 탁월한 예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다. 로버트 드니로·제임스 우즈 등 주연배우와 그들의 아역은 마치 서로 DNA를 나눠 가진 것처럼 빼닮았다. 그 배우들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오디션을 봤을까. 앞으로는 그런 노력이 필요 없어질 것이다.

얼굴도 젊게 하는데 목소리가 안될 리 없다. ‘탑건: 매버릭’에 출연한 ‘아이스맨’ 발 킬머는 인후암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화면 속 그의 목소리는 AI가 과거 목소리를 학습해 현재 나이 때 목소리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IBM 인공지능 왓슨은 영화 예고편도 만든다. AI는 이미 영화의 달인이다.

 

알쓸영잡(아두면 데없는 학사전)

메트릭스-빨간약.
메트릭스-빨간약.

☞중국인과 ‘매트릭스’ 빨간 알약=최근 중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의 에디터 제시카 칼은 "중국인은 이제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매트릭스’는 2199년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영화. 3부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에는 인공지능(AI) 지배 하에 인공자궁에서 재배(!)되고 있는 미래 인류가 등장한다.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인공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된다. 뇌세포에는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 당한다. 프로그램 안에 있는 동안 인간의 뇌는 철저히 통제 당한다.

빨간 파란 알약이 등장하는 것은 ‘매트릭스’ 1편(1999)이다. 파란 알약은 가상세계인 매트릭스에서 꿈처럼 살게 만든다. 반면 빨간 알약을 먹으면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은 암울하고 비극적이다. 인류를 구할 마지막 영웅을 찾아 나선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마침내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찾아낸 그는 양손에 빨간 약 파란 약을 동시에 내보이며 무엇을 택할지 묻는다. 네오는 빨간 알약을 택한다. 그러자 모피어스가 말한다. "진짜 세계로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real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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