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시진핑은 제20차 당 대회 개막식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 약속을 절대 선언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폐막식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대만 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명기했다. 시진핑은 공산당·정부·군의 요직을 모두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 시진핑은 지난 10월 23일, 5년 임기의 세 번째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시작하며 군 최고위 인사를 단행했다. 시진핑은 최근까지 대만문제를 관할하던 허웨이둥(何衛東·66) 동부전구(戰區)사령관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초특급 승진시켜 자신에 이어 군을 지휘하도록 했다. 허웨이둥 이외에도 젊은 군 지휘관들을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대거 발탁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동부전구는 상하이 등의 해안지역·대만해협·동중국해 등을 담당하는 군부대다. 시진핑은 집권 3기 내 대만을 통일해서 역사적인 지도자로 우뚝서고 집권 4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3연임을 확정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은 본격적인 전쟁 준비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11월 8일 군사위원회 합동작전지휘센터를 둘러본 뒤 "전군은 모든 힘을 전투에 집중하고, 전투를 지향해 힘을 쏟고, 싸위서 이기는 능력을 신속히 제고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중국 안보정세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군사투쟁의 임무가 막중하다"면서 "국방과 군대를 현대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대만 침공은 실제 일어날까? 그 가능성을 구심력과 원심력적 요소를 살펴 진단해 보자. 우선 구심력적 요소로는 ①시진핑의 강한 통일과 중국몽 실현 의지, ②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개발 저지 및 공급망 교란에 대한 대응 차원의 대만 반도체 산업 접수 불가피성 증대, ③미국의 중국 대만 접수를 상정한 공급망 재편 전략, ④중국 내부 정세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원심력적 요소로는 ①중국군의 실전 능력 등 대미국 군사력 열세, ②경제 폭망 수준의 심대한 경제적 타격, ③침공 실패시 시진핑 권력 붕괴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시진핑은 중국몽 실현을 위해 중국 통일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 포위 훈련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패권경쟁에서 중국에 이기기 위해, 첨단기술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 개발을 저지하고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의 일환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어 대만의 TSMC를 손아귀에 넣고 싶은 시진핑의 욕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국제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강하다. 여기에다 중국 내부의 불안정도 대만 침공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제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면 공산당은 그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만 침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구심력 못지 않게 원심력도 크다. 시진핑은 대만 침공이 어려운 전략적 과제이며 미국과 여러나라의 징벌적 제재를 수반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 중국은 방어망 회피 초음속 미사일을 보유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갖추는 등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군사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는 아직 게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중국군은 검증된 실전 능력이 없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과의 국경분쟁 이후 전쟁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미군은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와 아프칸에서 전투를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사태는 미중 패권전쟁의 발화점이 되면서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조치가 취해지고 경제는 엉망이 될 것이다. 대만 침공은 국가와 공산당 정권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미국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만 접수에 실패하게 되면 시진핑 권력은 붕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구심력과 원심력은 대등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 통일의지가 워낙 강하고 자신의 국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저지가 강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 TSMC 접수를 통해 일거에 반도체 기술을 반전시키려는 의지가 또한 강하기 때문에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중간 군사적 긴장은 커지고 충돌 예상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보당국에 의하면 이르면 미국과 대만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2024년에 침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은 어떤 함의를 갖는가? 우선 미중 패권경쟁이 패권전쟁으로 발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중국 모두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세계대전으로의 발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으로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오가는 해상로를 차단할 것이므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푸틴과 시진핑에 고무되어 비대칭 무기 사용을 협박하면서 불장난을 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를 것이다. 우리는 핵을 가지지 않은 대만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미국이 새로운 동북아 균형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 30년 이상 추진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못낸 북한 비핵화 전략에서 벗어나 일본·대만을 함께 묶어 유럽식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등 핵균형 전략으로 전환을 검토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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