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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 종료 예정인 주(週)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시행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려는 정부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관련 법안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에 더해 8시간의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직원 수 30명 미만의 영세 사업장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일몰제에 따라 자동 폐지된다. 내년부터 추가 연장 근로는 불법이 된다는 것이다.

7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2024년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날 열린 법안소위에 상정하지 않았다. 정기국회가 9일 끝나는 만큼 연내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영세 사업자들은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될 경우 인력 공백과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23일까지 직원 수 5∼29명의 제조업체 400곳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67.9%가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으며, 23.1%는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총 91.0%가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이용중이거나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반면 제도 일몰이 도래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응답이 75.5%에 달했다.

추가 근로의 길이 막히게 되면 영세 사업장은 수주량이 밀리거나 일시적으로 주문량이 몰리면 납기를 맞추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영세 사업장은 대부분 원사업자인 기업과 하도급 관계인 경우가 많아 일감이 일률적이지 않다.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영세 사업자는 추가 구인을 위한 임금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소득이 한계 상황에 있는 근로자 역시 근로시간 단축은 고마운 일이 아니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저소득 근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올해 제도 일몰을 앞두고 정부는 지난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가 겪는 어려움을 감안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주 40시간을 기본근로시간으로 두고, 연장근로 주 12시간과 휴일근로 주 16시간을 적용해 최대 근로 가능한 시간이 주 68시간이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에는 기본근로시간이 동일하고,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합해 주 12시간을 추가할 수 있어 최대 근로 가능 시간은 주 52시간이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법안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 최저임금제와 함께 주 52시간 근무제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노동정책인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노동계에 영합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화물운송업계의 안전운임제 영구화 등을 밀어붙이며 노동계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수용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024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3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에서 논의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법안 심사의 첫 단계인 상임위원회 법안소위에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재적 의원 16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9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고용노동법안소위도 8명 중 4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법안소위에 상정이 어려운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이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반(反)민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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