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항공·지상·해상 모빌리티의 한계를 극복할 이상적 항공운송수단으로서 비행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펫필드의 격납고에서 막바지 조립이 이뤄지고 있는 LTA 리서치의 화물운송용 대형 비행선 ‘패스파인더1’. /LTA 리서치

한때 항공기와 함께 하늘의 패권을 양분했던 비행선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최신기술로 중무장한 차세대 비행선들이 화려한 컴백 무대를 준비 중인 것이다.

비행선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친환경성과 정숙성, 험지 접근성에 있다.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면서 항공기보다 저렴하고 열차보다 빠르게 많은 여객·화물의 운송이 가능하며 이·착륙이 자유로워 활주로·철도·도로와 같은 인프라 구축도 필요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행선이 중장거리용 가성비 운송수단으로써 최적의 효용성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명구호 솔루션=구글의 공동설립자이자 세계 10대 갑부인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미국 LTA 리서치는 비행선의 부활을 이끄는 선봉장이다. 8년여의 노력 끝에 화물수송용 ‘패스파인더1’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 내년초 시험비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장 120m, 직경 20m의 이 비행선은 28톤의 물자를 싣고 최대 시속 110㎞로 4500㎞를 비행할 수 있다. 조종실 위쪽의 공기주머니에 헬륨가스를 채워 부양력을 얻기 때문에 배터리 구동식 전기모터 12개만으로 모든 추진력이 제공된다. 또 케블라·탄소섬유·티타늄 소재로 선체를 보강하고 첨단 비행관제센서를 채용해 시속 130㎞의 강풍에도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LTA는 이보다 큰 전장 195m, 직경 30m의 ‘패스파인더3’ 개발에도 이미 착수했다. 내년 완성될 이 녀석의 화물탑재량과 항속거리는 각각 96톤, 1만6000㎞다.

두 비행선의 초기 타깃시장은 재난지역이다. 앨런 웨스턴 LTA 최고경영자는 "비행선은 도로가 붕괴돼 접근이 어려운 곳에 식량·물·장비를 원활히 전달하고 필요시 공중 통신중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인도적 구호 솔루션"이라며 "추후 배터리를 수소연료전지도 대체해 항공업계의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늘의 유람선=스웨덴의 오션스카이는 LTA와는 차별화된 분야에서 비행선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럭셔리 관광을 위한 ‘플라잉 호텔’이 그것이다. 이르면 2024년 지구상에서 가장 접근이 어려운 북극을 안락하게 유람할 호화 비행선을 선보이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공개된 바에 따르면 이 비행선은 4개의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는 길이 100m의 23인승(승무원 7명·승객 16명)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럭셔리를 표방하는 만큼 선내에는 5성 호텔급 2인실 객실 8개와 다이닝룸, 바, 라운지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구비되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를 출발해 북극에 머물다 돌아오는 36시간의 여정 동안 모든 식사는 전문셰프가 직접 조리해 내놓는다.

또한 승객들이 널찍한 파노라마 창문을 통해 멋진 풍광을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도록 비행선은 평균 1800m 고도에서 37~110㎞의 속도로 이동한다. 북극 도착 후에는 100m 상공에서 펭귄·북극곰 등 야생동물을 만나고 오로라를 두 눈에 가득 담을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객실당 가격이 200만크로나(약 2억5000만원)에 달하지만 우주여행에 버금가는 진귀한 경험을 원하는 고객들의 사전예약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도 화물도 OK=영국 하이브리드 에어 비히클(HAV)의 ‘에어랜더’도 업계의 주목을 받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이 비행선의 최대 특징은 유연성이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화물이나 승객, 혹은 둘 모두를 수송할 수 있도록 개조가 가능한 것이다.

현재 ‘에어랜더 10’, ‘에어랜더 50’ 등 두 가지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데 전자는 최대 6000m 상공에서 10톤의 화물 또는 100명의 승객을 태우고 750㎞를 비행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최대 수송능력이 50톤(200명)이며 순항고도와 항속거리는 각각 3000m, 2200㎞다.

주목할 만한 점은 HAV가 7번에 걸쳐 실물크기 에어랜더 10 시제품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기술력을 입증하며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스페인 노스트룸항공과 10대의 에어랜더 10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2026년 초도물량이 인도된다.

아울러 영국 노팅엄대학과 에어랜더 전용 전기모터를 개발하는 등 탄소발자국을 더욱 줄일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26년까지 에어랜더 10의 탄소배출량을 항공기 대비 90%로 낮추고 2030년에는 순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스웨덴의 오션스카이는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를 찾아가는 체험형 여행에서 비행선의 미래를 찾고 있다. 2024년께 하이엔드 비행선을 활용한 력셔리 북극 여행 상품을 내놓은 뒤 아프리카 케냐·나미비아 등지로 취항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오션스카이
스웨덴의 오션스카이는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를 찾아가는 체험형 여행에서 비행선의 미래를 찾고 있다. 2024년께 하이엔드 비행선을 활용한 력셔리 북극 여행 상품을 내놓은 뒤 아프리카 케냐·나미비아 등지로 취항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오션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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