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상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내년 연초부터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2020년 상반기 서울 종로구 먹자거리의 모습. /연합
고용시장 상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내년 연초부터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지난 2020년 상반기 서울 종로구 먹자거리의 모습. /연합

최근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역성장으로 돌아서고, 고물가·고금리에 내수마저 위축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는 혹한기의 영향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경기둔화의 영향과 함께 올해 양호했던 고용시장 상황이 기저효과로 작용하면서 연초부터 고용 한파가 불어닥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하순께로 예정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앞두고 내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고용률 등 각종 전망치를 어떻게 제시할지 고심 중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지만 지금은 1%대로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1.7%,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20년의 -0.7% 이후 가장 크게 둔화된 것이다.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 9곳의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이들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11월 말 기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로 한달새 0.3%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가운데 노무라증권은 -1.3%의 역성장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1년 전 대비 5.7% 감소한 10월에 이어 11월에는 14.0%나 줄었다. 이 같은 수출 부진에 10월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1.5% 줄어 2020년 4월의 -1.8%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성장률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가 지난해 2.5%포인트에서 올해 0.8%포인트, 그리고 내년에는 0.3%포인트로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구나 고물가와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내년 소비 역시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상수지, 물가, 금융비용, 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고용시장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올해 고용시장 상황이 양호했지만 이것이 경기둔화와 함께 역(逆)기저효과로 작용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역기저효과는 기저효과와 반대로 직전 실적이 너무 좋아 이후 실적이 평가절하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행과 KDI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연 평균 80만명 안팎이다. 한국은행이 82만1000명, KDI는 79만1000명이다. 이는 지난 2000년의 88만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치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의 절반은 코로나19 방역 해제 이후 리오프닝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오프닝은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에서 20만명은 경기적 요인, 20만4000명은 인구증가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다. 반면 절반이 넘는 41만7000명은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동안 영업시간이 제한되거나 문을 닫았던 음식점과 각종 서비스업의 영업이 확대되면서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런 리오프닝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도 둔화되면서 고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내놓은 ‘고용상황 및 임금흐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8만5000명 수준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인구증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취업자 수가 20만1000명 늘어나지만 경기둔화가 11만6000명 감소를 불러와 결국 8만5000명 증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용률은 올해 62.1%에서 내년 62%로 하락하는 반면 실업률은 3.0%에서 3.4%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KDI는 지난 3일 발표한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을 8만4000명으로 제시했다. 올해 증가폭에 비해 10분의 1토막 수준이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급감한 2020년의 -22만명 이후 최소를 기록하게 된다. 경기 후행적인 성격의 고용시장마저 얼어붙는다면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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