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감액 기준을 놓고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 처리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과 연계하면서 일이 더 꼬였다. 결국 정기국회 처리 데드라인인 9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불명예 기록도 남겼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 정도 늘려 잡았다. 문재인 정부의 본예산 상승폭이 평균 8%대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부가 고심하는 예산 절약의 절박성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예산조차 5조 원 이상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이 무책임하게 팽창시켜놓은 재정을, 후임 정권이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바로잡겠다는 것조차 발목을 잡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과세표준 3000억 원을 초과하는 103개 대기업에 대한 최고세율 인하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신 과세표준 2억~5억 원 구간에 해당하는 5만4000여 개 중소·중견기업의 세율을 20%에서 10%로 인하하자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초부자’라고 주장하는 103개 대기업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국제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주자들이다. 반도체·자동차·전자·철강·건설 등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의 선두주자들이 모두 여기 포함된다. 이들 대기업이 해외에 나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임직원 급여와 배당, 투자 등으로 순환된다. 대기업 오너가 독식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 살리자는 중소·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이들 대기업과의 수직적 분업 구조라는 생태계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을 죽이면 그 아래 하청기업도 고사하는 구조다. 게다가 우리나라 법인세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민주당은 경제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

예산안 처리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과 연계한 것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예산안 처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어떻게든 정부의 발목을 잡아 실패하게 만드는 것이 지상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이 최근 자신을 향한 수사에 반발하며 한 말은 민주당에게 들려주는 게 맞다. "도를 넘지 마라."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