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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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뇌물수수액의 2배인 벌금 50억 원을 선고하고, 뇌물 25억 원 추징을 명령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였습니다. 보수정당 국회의원이자 전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가 이런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은 아들 때문입니다.

대장동 비리의 본거지인 화천대유에서 일하던 아들이 퇴사하면서 50억이란 퇴직금을 받았거든요. 좌파들은 이를 근거로 대장동 비리가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우기지만,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대장동 일당의 비리가 드러났을 때,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를 방패막이 삼아 수사를 무마해 보려는 의도였을 겁니다. 곽상도 아들 말고도 화천대유가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을 입사시켜 수십억의 특혜를 제공하고, 권순일 전 대법관을 고문으로 위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곽상도는 최후진술에서 억울함을 토로합니다. "아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버지를 형사 처벌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 말에도 일리가 있겠지만, 여론은 싸늘합니다. 특히 보수에 속하는 분들 중 누구도 곽상도를 편들지 않습니다. 의원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가 연루된, 타이이스타젯 의혹을 파헤치는 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는데도 말이죠. 왜 그럴까요? 그 어떤 공로를 세웠든, 부당한 돈을 받은 건 사실이지 않냐는 것이지요.

갑자기 곽상도 얘기를 꺼낸 건 조국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때문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정경심은 딸의 표창장 위조를 비롯해 7가지 허위 스펙을 만들어줬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인데다, 증거인멸교사까지 하는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여기에 아들의 입시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형량이 더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그녀가 한 짓은 국익을 위한 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순전히 자신과 자기 자식들이 잘 먹고 잘 살자고 벌인 일이잖습니까?

그렇다면 감방 안에서 조용히 죗값을 치르는 게 맞지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걸핏하면 아프다며 내보내 달라고 졸랐으니까요. 허리가 아프다고, 수술을 받아야 한대서 형집행정지로 내보내준 게 지난 10월 4일입니다. 원래 한 달 후 복귀해야 했지만 추가 수술을 받는대서 한 달을 더 연장해 줬지요. 그런데 재수감될 날이 다가오자 "수술 후유증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계속 밖에 있게 해달라네요. 의료진이 포함된 심의위원회가 ‘통원치료로 충분하다’며 이를 거부해 12월 4일 재수감됐습니다만, 이 정도면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좌파들은 이런 정씨를 아직도 추앙합니다. 좌파 사이트인 클리앙에 올라온 글을 보니, 한 좌파가 재수감 전날 정경심에게 다음과 같은 쪽지를 전달했답니다.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저도 있는 자리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진 빚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 부디 쾌차하시고 건강하십시오." 입시비리범이 그에 걸맞은 형을 사는 걸 좌파들은 ‘희생’이라고 하나요? 이 글에 달리는 댓글도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병원에서 재활에 힘써야 할 분을, 대한민국 검찰 정말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슬픔과 정의감을 다시 느낍니다." "한 시대를 함께 살아주셔서 너무 영광입니다." 입시비리범과 함께 사는 게 영광이라니, 참으로 희한합니다.

네티즌들만 이러는 게 아닙니다. 민주당 설훈과 안민석도 사면을 요구했고, 전 국정원장 박지원도 같은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물론이고 불교계마저 정경심을 풀어달라 합니다. 양희삼이란 목사는 얼마 전 "복역률과 건강을 고려한다면 사면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네요. 잘 모르는 이가 보면 정경심이 이토 히로부미에게 폭탄이라도 던진 줄 알겠습니다. 징역 15년이 구형된 곽상도를 대신해 정경심에게 질문합니다. "정경심 씨, 당신 같은 잡범이 우국지사 대접을 받는 게 너무도 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제게도 비결을 좀 알려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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