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이재명을 구속하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안을 단독 처리한 거대야당에 대응해, 소수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장제원 의원은 "국민과 민생은 온데간데 없고 이재명 살리기뿐"이라며 민주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는 예산안 규모 걱정은 그만 하시고, 본인의 형량 규모 걱정이나 하시기 바란다"며 이재명을 직격했다.

국회의 모습을 보며, 문득 ‘올해의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대학교수들이 추천하는 이 사자성어는 매년 우리 사회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다. 지난해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LH 사태(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 투기 사건)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의혹이 커질 때였다. 많은 국민이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라며 한탄했으니, 묘서동처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과이불개’(過而不改)가 선정됐다고 한다. 과이불개는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잘못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다른 교수는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는 것은 소인배의 길"이라 평했다.

물론 각자의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적 편향을 담아 한 말일 테고,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또 누군가는 문재인 혹은 이재명과 야당을 상상하며 한 말일 것이다. 그들의 의도와는 별개로 평범한 국민의 처지에서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사람, 자기 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는 사람은 누구일까.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월북으로 조작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과 ‘비리 백화점’ 대장동 사태의 몸통임에도 수 겹의 방탄을 껴입은 사람 중, 누가 더 맞는지는 도저히 고를 수 없을 지경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는 ‘용호상박’ ‘난형난제’ 등이 아닐까.

과이불개에 이어서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이 올해의 사자성어 2위로 추천됐다고 한다. 대장동 사태를 어떻게든 남에게 덮어 씌우고 살아보고자 발악을 하는 듯한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범죄자를 보호하는 상황을 서둘러 마무리하기를. 그로 인해 내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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