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흑자를 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병원 이용이 줄었던 지난해와 올해를 제외하곤 2018년 이후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섰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영구적 국가 지원을 주장하고 나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12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내년 건강보험 적자 규모는 1조4000억원이다. 올해 말 기준 21조2000억원 규모인 적립금으로 일단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적자가 지속되면서 적립금은 2028년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더욱이 건강보험 적자가 확대되는 속도는 세수 등 정부 수입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립금과 재정 투입만으로는 건강보험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건보료율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개정된 국민건강보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정부 일반회계,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는 2060년 국세 수입은 555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도 세수 예상치 399조4000억원에 비하면 37년간 39.1%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감사원에 제출한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2060년 건강보험 적자는 388조1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세수가 39.1% 더 걷히는 동안 건강보험 적자는 무려 277.2배 증가하는 것이다.

장기요양보험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지난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은 현재의 보험료율이 유지될 경우 2060년 적자 규모가 63조4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국민연금보다 건강보험 적자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급격하게 악화된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이후 관련 지출액은 18조5963억원에 달한다.

문재인 케어는 과거 비급여 항목이었던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 급여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초음파·MRI 진료비는 건강보험 적용 첫해인 2018년 1891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 수준이 됐다. 특히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외국 체류 가족까지 피부양자로 올린 뒤 가족이 질병에 걸리면 국내로 들어오게 해 진료와 수술 등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사례도 발견되는 등 숱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폐단을 줄이기 위해 문재인 케어를 수술대에 올린다는 방침이다. 초음파와 MRI의 경우 의료적 필요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나 장기 해외 체류 중인 국외 영주권자가 고액 진료를 받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입국 6개월 후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종전에는 입국 즉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해외 거주 가족이 질병에 걸리면 국내에 들어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건강보험 자격을 도용한 경우 현재는 환수액이 부정수급액의 1배인데, 이 역시 5배로 오른다. 아울러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하게 외래진료를 이용한 사람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계획도 추진된다. 연간 365회를 초과해 진료를 받는 경우 본인부담률을 최대 90%까지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의 효력은 올해 말까지다. 당초 이 법률 조항은 시행될 때부터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아예 영구적으로 지원하도록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 뒷전인 채 국고 지원 일몰을 연장하거나 영구화를 추진하는 것은 결국 ‘의료쇼핑’ 등을 국민의 혈세로 메꾸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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