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보름이 넘는 총파업의 이유였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쟁취하지 못한 채 빈손 철회했다. 정부가 당초 협의안으로 제시했던 ‘3년 연장안’ 마저 끌어안지 못하게 생겼다. 상처뿐인 파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도 민생·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만큼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혹 떼다 혹 붙인 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세종정부청사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화물차주들의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경찰이 수사 중인 사안과 행정처분 등은 유지할 방침을 밝혔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측에 ‘선복귀 후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화를 해나가야겠지만 화물연대만이 화물안전운임제의 이해당사자가 아니다"며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처럼 일몰제를 단순 3년 연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총파업 피해까지 겪은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3년 연장을 주장할 염치는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화물연대는 지난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보름동안 경제적 손해를 끼쳤던 총파업을 철회했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단독으로 국회 상임위까지 통과시켰으나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하고 있고 정부도 원점재검토를 선언한 만큼 강경대응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화물연대가 일방적으로 유통망을 마비시켰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8일 동안 1차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 정부가 논의 끝에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결론을 내려 일단락됐으나 이후 연장이 아니라 아예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해달라고 요구하며 2차파업을 강행한 것이다.

정부는 이 안전운임제라는 것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제도인데다 시행 효과도 미비하고 화물차주들 운임분배 구조가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다. 1차 파업 당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노조달래기’에 초점을 맞춰왔던 정부가 이번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결국 화물연대는 ‘3년연장안’ 조차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백기투항’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의 상처가 커 노동 노조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일 강행한 총파업에서 현대차 노조는 100여명 간부만 참석했고 현대중공업은 아예 불참하는 등 대형 사업장들이 발을 빼면서 동력을 잃었다. 투쟁적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세력들을 MZ세대들이 외면하면서 구조적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정부는 총파업에 따른 피해 청구서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산업계피해가 3조원을 웃도는 만큼 그 책임을 끝까지 물겠다는 것이다. 기업들도 손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한편 안전운임제는 이대로 일몰될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야당 주도로 국토위를 통과한 3년 연장안은 법제사법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법사위 법안 심사는 최장 60일이다. 게다가 위원장은 김도읍 국힘 의원이다. 하지만 당장 안전운임제 일몰 시점은 오는 31일로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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