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계급화 막고, 공공 부문은 비정규직화로
직장 계급화 막고, 공공 부문은 비정규직화로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20.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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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계급화 돼, 시장 평가 생산성에 비해 월등한 처우(고용 임금 복지) 누리는 곳 많아

-성안 사람들인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경우에서 “해고는 살인” 절규가 터져 나오곤 해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화로. 민간부문은 최대한 자율에 맡기고 노동권과 재산권 균형 이뤄야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보안요원) 1900명에 대한 정규직(청원경찰) 전환 때문에, 20~30대 취준생들과 시험을 거쳐서 정규직이 된 사람들이 불공정을 격렬하게 성토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성토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씁쓸합니다.

한국은 시장 원리(기여와 보상의 균형)를 왜곡하는 국가의 법령과 구래의 차별 습속으로 인해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성(城)’이 유난히 많습니다. 직장이 계급화가 되어 있습니다. 하는 일 즉 시장이 평가하는 생산성에 비해 월등한 처우(고용 임금 복지)를 누리는 곳이 많다는 얘깁니다.

당연히 그 곳으로 들어가기 위한, 혹은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불공정 시비나 공정 담론은 이런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뉴스가 씁쓸한 것은 여전히 유럽,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 베트남 등에는 없는 이 놈의 ‘성’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담론의 대중화가 요원한 것 같아서입니다.

철밥통 귀족이 사는 ‘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최소화라도 하고, 성 안 사람이 되는 경쟁 절차는 공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성의 존재 그 자체 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제외한 모든 정부들은 이 ‘성’ 자체를 문제시했지만, 조직노동과 공무원과 조선적 습속의 강고한 연대 때문에 정면 돌파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 ‘성’을 가급적 줄이려 하고(공기업 민영화, 분사화, 자회사화),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려고 하고(국가공무원 총정원령, 직고용 최대한 축소 등), 성 안 사람들의 노동3권에 재갈을 물리려 했습니다(노동2권만 허용 등).

◇인천공항의 효율적인 고용시스템 깔아뭉갠 문재인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근로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근로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에 당선된 지 사흘만인 2017년 5월 12일, 문재인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언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경악하며 완전히 개념이 상실된 양반임을 확인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평균적인 한국인 특히 지지층의 정서와 지력에는 완벽히 부응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서비스가 나쁘거나 고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시킨다 해도 다른 선택지가 없는 독점 공기업 중의 독점 공기업입니다. 그래서 철밥통 귀족으로 가기 마련인 직고용은 최소화하고, 그 몇 배수를 수많은 협력업체를 만들어 고용했습니다. 유럽, 미국, 일본에는 없는 방식이지만 1987년 이후 한국의 지배적인 고용노동 패러다임에서는 나름 정의롭고 효율적인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를 완전히 깔아 뭉갰습니다. 그래서 치를 떨었습니다.

사실 저기서 말하는 비정규직은 자회사 정규직 입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정의를 2002년에는 시간제, 기간제, 특수고용 등으로 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자회사 정규직 까지 몽땅 비정규직으로 뭉뚱그립니다.

한국에서는 고용불안뿐 아니라 일자리 부족과 불만, 더 나아가 우리 시대의 지독한 불평등 양극화 문제조차 그 원인과 해법은 ‘봉우리(peak), 사다리(ladder), 안전망(safety net)’이라는 틀로 꿸 수 있습니다.

봉우리는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표준이자 고용안정 수준, 임금수준, 복지(연금)수준 등 권리·이익의 수준을 의미합니다. 사다리는 계층이동 수단, 패자부활 수단, 경쟁규칙 등을 의미합니다. 안전망은 매트리스mattress라고도 하는데, 개인과 가족의 사회경제적 위험을 완충해 주는 복지제도를 말합니다.

◇자회사 정규직까지 몽땅 비정규직으로 뭉뜽그리다니...

한국은 봉우리 자체가 높기에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위(정상)와 아래(바닥), 안(내부자)과 밖(외부자), 공공과 민간,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와 낙차가 너무 큽니다. 높고 좁은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북한산 인수봉 암벽 등반처럼 어렵고 고단합니다. 올라가는 사다리 내지 밧줄은 너무 적습니다. 봉우리 자체가 높지 않으면 다 필요없는 것들입니다.

사다리 타기 내지 밧줄 잡기 경쟁이 너무 치열합니다. 반면에 정상에서 혹은 중간에서 굴러 떨어진 사람을 받아 안아 주는 안전그물이나 매트리스는 너무 빈약하니 불안합니다. 그래서 높은 봉우리에 비유되는 소수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경우 “해고는 살인”이라는 절규가 터져 나옵니다.

대학입시, 고시·공시 등 사다리 타기 경쟁규칙도 흙수저에게 너무 불리해서 억울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는 일은 비슷해도 위냐 아래냐, 안이냐 밖이냐, 공공이냐 민간이냐, 정규직(직고용)이냐 비정규직(간접고용)이냐에 따라 사람 값(처우)의 차이가 너무 커서 억울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비롯하여 불평등 양극화 문제, 정규직, 비정규직, 공공, 민간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은 글을 썼습니다. 너무 많은 말을 해서 입이 아픕니다. 제 책 “7공화국이 온다 1, 2″에 정리해 놓았습니다.

철밥통 귀족이 사는 ‘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최소화라도 하고, 성 안 사람이 되는 경쟁 절차는 공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성의 존재 그 자체 입니다. 성안 사람과 성 밖 사람의 공정성입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화(가치사슬 별로 분사화) 해야 합니다. 민간부문은 최대한 자율에 맡기고, 노동권과 재산권의 균형이 맞도록 하고…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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