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타스=연합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타스=연합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러시아가 차세대 무기 생산을 늘리는 중임을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통령 3연임 불가’ 규정을 우회하고자 푸틴을 대신해 2008~2012년 제5대 러시아대통령을 지내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차세대 무기, 가장 강력한 파괴수단을 증산 중"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일본·호주 등 적들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신무기가 무엇을 지칭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적국들이 말로 로시야의 수도 키예프(키이우)뿐 아니라 지방 곳곳에 파고들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발언 중에 우크라이나를 ‘말로 로시야(작은 러시아)’로 지칭했다. 제정 러시아 시절 우크라이나 지역을 일컫던 이름이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사용에 관해 그 어느때보다 강한 발언을 내놨다. 9일(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 자리였다. "러시아를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그런 나라는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선제타격 개념’ 채택 또한 생각해 보고 있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러시아의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시스템은 미국보다 더 현대적이며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말한 ‘차세대 무기’란 극초음속 미사일인 ‘치르콘’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을 실제로 사용했으며, 지난 10월 또다른 미사일인 ‘치르콘’의 발사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 중에서 낮은 궤도로 날다가 목표물을 빠르게 타격해 파괴력이 극대화된다.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르콘은 최대 마하9(시속 1만1016㎞)의 속도로 1000㎞ 이상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미사일방어(MD) 체계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연쇄 통화를 했다. 단 하루에 이처럼 연쇄 통화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통화에서 이른바 ‘정의로운 평화’를 전제로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종전협상 조건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완전성 회복(국제법에 따른 점령지 완전 반환), 러시아의 전쟁배상금 지불, 러시아에 대한 전쟁범죄 책임추궁 및 사법처리 등 세 가지다.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간 종전협상 반대론을 고집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발 나아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고르슈코프 제독함’에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이 시험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5월 ‘고르슈코프 제독함’에서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이 시험 발사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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