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치료의 일대 혁신을 불러올 비강 스프레이형 신약 후보물질이 예비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장 흔한 수면 호흡장애인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비강 스프레이 형태의 신약 후보물질이 발굴됐다. 이 신약이 개발되면 답답한 양압기나 부담스러운 수술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OSA 환자들의 삶의 질이 대폭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호주 플린더스 보건의학연구소(FHMRI)는 최근 수면건강연구실 대니 에커트 박사팀의 스프레이형 OSA 치료약물이 예비 임상시험에서 유망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미 흉부의사협회의 학술지 ‘체스트(CHEST)’ 최신호에 발표된 이번 임상시험은 중증 OSA 환자 1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후보 약물을 콧속에 분사, 점비액으로 주입, 내시경을 이용해 직접 도포하는 등 3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차례에 걸쳐 160μg의 약물을 투여한 후 환자들의 수면 상태와 상기도의 활동을 모니터한 결과, 투여 방법과 관계없이 실험군의 수면 중 기도가 열려 OSA가 개선되는 상태가 꾸준히 개선됐다.

에커트 박사는 "이 약물은 상기도 표면의 특정 수용체에 작용해 주변 근육을 활성화함으로써 기도가 열려 있도록 만든다"며 "더 엄격한 임상시험과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전 세계 10억여명의 OSA 환자에게 희망을 줄 혁신 신약 개발의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자평했다.

OSA는 수면 중 10초 이상 일시적으로 숨이 멈추거나 상기도가 좁아져 호흡을 방해받는 수면저호흡이 1시간 동안 5회 이상 나타나는 수면장애다. 코골이 환자의 약 70%가 이 증상을 동반한다. 이러한 OSA가 일어나면 체내 산소 공급이 원활치 않아 본인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간중간 잠이 깨고 수면의 질이 크게 낮아져 만성피로와 집중력 저하, 두통이 유발된다. 또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졸중·치매의 발병 위험이 커지고 고혈압·당뇨병·협심증 등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에서도 50만명 가량이 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성인 유병률이 남성 4.5%, 여성 3.2%에 달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OSA의 치료법은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을 제외할 경우 코와 입에 마스크 형태의 양압기를 착용한 채 잠을 청하는 것이 거의 유일했다. 양압기는 수면 중 좁아지거나 막힌 기도에 공기를 계속 불어 넣어 호흡이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기계장치다.

하지만 산소호흡기를 낀 듯 불편하고 내성이 생기기도 해 OSA 환자의 절반은 착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외에 기도를 넓혀주는 구강 내 장치도 개발돼 있지만 불편하기는 매한가지다. 때문에 많은 OSA 환자들이 효과가 입증된 새로운 약물 치료법의 등장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에커트 박사는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해줄 효과적인 OSA 신약의 시장성은 매년 더욱 커지고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마치 비염약처럼 스프레이로 간단히 분사하는 신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양압기와 구강 내 장치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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