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구성한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이 발표됐다. 6월 23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약속한 대로 이번에 밑그림이 나왔다.

권고문은 총 19쪽인데 구체적인 안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관련 부분뿐이다. 핵심은 초과근무 시간 관리 단위를 노사합의로 현행 주 12시간 이내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장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동시에 특정일에 근로시간이 과도하게 늘어나 근로자 건강권 침해가 일어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기준 69시간을 넘지 못하게 했다. 극단적으로 주 52시간씩 4주 일하던 것을 주 69시간씩 3주 일하고 1주는 온전히 쉴 수 있게 했다. 임금체계 관련 권고안은 연공 중심에서 직무·능력 중심으로 바꾸는 안이다.

이 개혁안은 노동개혁의 오랜 상식이자 국제기준이다. 그런데 노조와 야당은 이번에도, 조건반사적으로 "쉬운 해고, 장시간 노동,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래서 국회 안팎에서 "노동법은 헌법과 선거법만큼이나 개정이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의 국회 지형은 노동권과 경영권(재산권)의 균형이 정의의 요체라는 개념도 없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커녕 오히려 심화시키는 철학과 정책을 금과옥조로 삼는 야권이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조차 묻지 못하게 막겠다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개정이 필요한 노동개혁안은 언감생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권고문에는 ‘쉬운 해고’로 싸잡을 수 있는 제안이 없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시비는 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알려주면 근로자 다수는 반길 것이다. 노조를 불편하게 할 만한 제안이 ‘추가 주요과제 제안’에 있긴 한데,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법·제도 전반의 개선 검토’를 권고했을 뿐이다.

권고문은 ‘우리 노동시장은 낡은 제도의 철창(iron cage)에 갇혀있다’고 했다. 그런데 실은 더 근원적으로 낡은 사상이념의 철창에 갇혀 있다. 이것이 깨지지 않으면 제도의 철창도 깨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당·정·대통령실의 몫이다. 결국 실천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