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밤잔치 때 사용했던 등, 종로구 일대에 350개 설치

 
북인사마당에 설치된 사각유리등. /문화재청

조선 왕실에서 밤잔치때 사용했던 ‘사각유리등’이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불을 밝혔다. 12일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과 종로구청은 조선왕실 밤잔치용 사각유리등을 활용한 가로경관등을 개발해 종로구 일대에 350개를 설치하고, 경복궁 신무문(북문) 앞에서 최근 점등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사각유리 가로경관등은 △효자로 △청와대로 △삼청로 △창경궁로 △돈화문로 등에 설치됐다. 약 200년 전 왕실의 잔치에 사용되던 사각유리등이 21세기 서울 도심의 밤을 멋스럽게 밝혀 주게 된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일상의 심미를 추구하는 모습으로서 평가가 높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인 사각유리등은 옻칠을 한 나무로 틀을 짠 뒤 꽃그림으로 장식한 유리를 사방에 두른 등이다. 바닥 틀 가운데 받침을 둬 등잔이나 초를 꽂아 불을 밝혔다. 등에는 고리를 달아 궁궐 지붕의 처마(지붕 밑으로 서까래가 기둥 밖으로 나온 부분)에 걸어 사용했다. 19세기 순조(조선 제23대 왕)의 왕세자였던 효명세자에 의해 처음으로 사각유리등이 1829년 왕실 밤잔치 때부터 사용됐다.

앞서 2020년 이 사각유리등의 자태를 그대로 본따 제작된 DIY(Do It Yourself: 고객이 조립해 쓰는 상품) 키트가 이미 여러차례 품절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보석함을 연상시키는 모습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덩달아 아예 ‘굿즈’로 제작해달라는 누리꾼들 요청이 쇄도하자, 약 4개월 만에 문화재청이 DIY 상품을 제작해 출시했던 것이다. 사각유리등을 활용해 가정에서 직접 조립하는 DIY 문화상품을 개발·판매하기 시작한 후 10여 차례 이상 완판되기도 했다.

유물을 주제로 제작된 문화상품의 대박사례로 화제가 됐다. 소품으로선 드물게 3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번엔 야외조명등으로 응용돼 박물관 정문과 인근을 장식하게 됐다. "궁궐에서 썼던 유물을 바탕으로 현대 도시의 가로등을 만든 것은 (이번에 설치한 것이) 처음", "오늘의 작은 발걸음이 커다란 문화의 빛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김인규 국립고궁박물관장이 말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측은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사각유리등 설치가 자연스럽게 조선 왕실 문화유산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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