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현지시간)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 한국과 UAE 정상은 김 실장의 특사 파견을 기점으로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친서를 주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날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등 현지 정상급 관계자들을 예방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친서가 전달되면 윤 대통령에게 보내는 UAE 측의 답신도 자연스럽게 받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사 방문을 모멘텀으로 양국 간 원전과 방산 등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결과물이 추가로 도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특사 카드’가 양국 간 사전에 정밀하게 조율된 행보라는 얘기다.

김 실장 방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 이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제2의 중동 붐’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앞서 UAE 중앙은행이 공개한 지폐인 1000디르함(약 35만원)의 도안에는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가 그려져 있다. 복합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수출에 방점을 찍은 윤 대통령은 앞서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역시 다양한 업무를 챙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에서 정부와 재계, 군 핵심들이 UAE를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김 실장 특사에 앞서 3일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이 UAE를 찾아 국산 중고도 대공유도무기체계(M-SAM) ‘천궁-Ⅱ’ 실사격 훈련을 참관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도 방산 협력을 위해 UAE 및 레바논을 공식 방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 승진 이후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택한 곳도 UAE의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UAE를 방문한 당시보다 지금은 경제 협력에 더 방점이 찍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의 특사 파견을 두고 다음달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UAE 등 중동 방문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4월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의 공식 요청에 따라 내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WEF에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슈바프 WEF 회장과 만나 포럼 참석을 공식 요청받고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화답했다고 전한 바 있다. WEF 참석을 검토하면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전격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형원전 수출이든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주도권 경쟁에서는 정부 최고위층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원전과 방산 수출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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