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패션’으로 여겨져 왔던 등산복이 ‘고프코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스페이스
‘아재 패션’으로 여겨져 왔던 등산복이 ‘고프코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스페이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등산복이 ‘고프코어’라는 이름으로 변신하면서 MZ세대의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등산과 캠핑이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 때 체력 보충을 위해 챙겨 먹는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와 평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처음 사용됐다. 통상 고프코어는 일상복으로 손색이 없는 아웃도어 패션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보온·방수·방풍 등 실용성에 더해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추게 되면서 일상에서도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프코어 열풍은 침체기에 있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둘째 주까지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K2, 블랙야크, 네파, 코오롱스포츠, 아이더, 컬럼비아, 밀레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9곳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평균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아웃도어 시장 1위는 5929억원의 매출을 올린 노스페이스가 차지했다. 이 뒤를 디스커버리 3986억원, K2 3463억원, 블랙야크 2809억원, 네파 2731억원, 코오롱스포츠 2497억원, 아이더 2150억원, 컬럼비아 1239억원, 밀레 766억원 등이 잇고 있다.

시장에 불어온 고프코어 훈풍은 올해 3분기 백화점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도 불구하고 3분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의 매출은 모두 50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아웃도어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면서 실적 호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부산에 위치한 센텀시티점 내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 소비자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4%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고프코어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아웃도어 브랜드인 살로몬, 그라미치, 트래블 등의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수직 상승했다. 지난 8월과 비교해 거래액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다가올 가을·겨울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 같은 고프코어 유행에 아크테릭스, 피엘라벤, 살로몬, 파타고니아 등 고가의 해외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매출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이재용 패딩으로 유명세를 탄 아크테릭스가 대표적이다. 아크테릭스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넬슨스포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7.6% 증가한 5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80% 늘었다.

지난 2015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 역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살로몬이 지난 9월 출시한 고프코어 신발 XT-6 익스펜스는 발매 일주일 만에 조회수가 4만 건을 넘는 등 무신사 스토어 랭킹 상위권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에 패션업계는 고프코어 제품군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모처럼 찾아온 아웃도어 시장의 전성기를 확실히 잡겠다는 것이다.

노스페이스는 눕시 재킷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리뉴얼한 1992 눕시 재킷을 출시했다. 코오롱스포츠도 유명 스니커즈 편집 숍인 아트모스와 협업해 고프코어룩을 선보였다. ‘서울의 밤’을 디자인 테마로 420km 상공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촬영한 서울의 위성사진을 프린트 패턴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글로벌 브랜드 준지는 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를 사용한 고프코어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프코어룩이 선보이는 아웃도어만의 묵직한 무게감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버핏 디자인으로 스트리트 감성을 연출하는 MZ세대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도 아웃도어와 일상의 경계 없이 패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고프코어 브랜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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