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유토피아를 추구하지 않는다
정치는 유토피아를 추구하지 않는다
  • 박동원 폴리콤 대표
  • 승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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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이 정치를 철학자에게 넘기라 했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철학이 될 수 없다”

-냉엄한 인간사회를 조정, 간극 좁히며 끊임없이 문제를 풀고 공동체 지속시키는 것이 ‘정치’

-18:0이 현실. 지도자와 추종자들의 유토피아는 구현돼도, 정치가 무력한 사회는 디스토피아로 가

정치학과 정치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현실의 권력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정치이론 자체가 현실의 영역이고 현실학문이다. 플라톤이 정치를 철학자에게 넘기라고 했을 때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는 철학이 될 수 없다”며 정치학의 영역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토론과 설득의 정치 언어인 수사학을 발전시킨 것도 아리스토텔레스다.

정치학의 시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현실적 욕망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잘 다루어 공동체의 지속과 번영을 이루는 것을 ‘정치’라고 보았다. 스승 플라톤은 신이 만든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는 철학자가 지배하는 IDEA를 이상적인 국가로 보았다. 갈등도 정책적 다툼도 가치의 충돌도 없는 국가에선 정치가 필요없다.

인간 본성을 억압하는 인위적 유토피아는 멸망한다는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플라톤의 ‘이상적 정부’는 정치를 다루는 문제보다 영혼을 다루는 기술의 영역이다. 꿈꾸는 혁명가들은 인간의 현실적 욕망과 한계를 무시하고 플라톤의 이상국가를 꿈꾼다. ‘정치가 필요없는 유토피아’ 말이다. 다름을 제거하고 ‘옳은 권력’을 만들어 유토피아를 만들려 한다.

현실과 완벽히 분리된 학문이 어디 있겠나만 특히 정치는 이론의 영역과 현실의 영역이 분리될 수 없는 학문이다. 정치학의 고유한 연구대상은 ‘정치현상’이다. 정치현상이란 인간사회 현실의 ‘권력 관계’와 깊이 연관된다. 권력관계란 인간들 사이에 성립하는 모든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힘의 관계를 가리킨다.

◇국가권력이 가장 중요

한 사회의 사회정치적 권력은 크게 ‘국가권력, 경제권력, 이데올로기권력’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가권력은 가장 중심적이고 근본적인 권력이다. 현실정치는 국가권력의 유지, 행사, 획득, 또는 권력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저항하는 인간 사이의 갈등과 타협의 과정이다. 이런 국가권력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정치가 정치학의 중심적인 연구대상이 된다

중요한 것은 정치는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아니라 ‘갈등을 능숙하게 관리하는 기예器藝’다. 또한 정치는 인간의 의식을 개조하고 바꾸어 ‘좋은 인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치적 덕성을 가진 ‘좋은 시민’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정치는 ‘좋은 시민성’을 논하지 ‘훌륭한 인간’을 논하지 않는다. 인간을 바꾸고 개조하는 일은 철학과 종교의 영역일 뿐.

더불어 정치학은 ‘시민적 도덕성’을 얘기하지만 ‘인간의 도덕성’엔 관여하지 않는다. 정치학은 ‘통치의 옳고 그름’을 논하지만 ‘인간의 옳고 그름’은 논하지 않는다. 정치학은 ‘통치 방식의 선악’은 논쟁하지만 ‘인간의 선악’은 논쟁하지 않는다. 정치학은 종교나 철학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나 관계를 다루지, 종교나 철학 자체에 관여하지 않는다.

◇인간은 항상 악하고 추하고 이기적

정치는 유토피아를 추구하지 않는다. 인간은 악惡하고 추醜하고 이기적이다. 그런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현실은 고달프고 냉정하고 힘겹다. 이런 냉엄한 인간사회의 현실을 조정, 조절, 타협하고 간극을 좁히며 끊임없이 문제를 해소해 나가면서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것이 ‘정치’다.

신神을 대리한 무오류의 ‘철학자’가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이 인간계다. <더 기버> <다이버전트> <이퀼리브리엄>, <트랜센던스> <아일랜드> <마이너리티 리포트> <가타카> <헝거게임> 등등 이상주의 ‘철학자’나 무오류의 인공지능이 지배하며 인간 본성을 억압하는 인위적 유토피아는 결국 멸망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유토피아, 이데아는 결코 충족될 수 없다는 메시지다.

18:0이 현실이 되었다. 갈등은 소멸되고 정책적 다툼이나 가치의 충돌도 없는 IDEA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다양성은 소멸되고 이견이나 다른 생각은 제한될 것이다. 지도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원하고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구현될 것이다. 결국 정치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정치가 무력화된 사회는 결국 디스토피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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