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가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한의 그 어떤 도발에도 ‘완전한 비핵화(CVID)’라는 국제사회의 목표는 확고부동하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한미일 대표의 ‘확인’에는 숨은 의미가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시기 ‘용어 혼란’에 휘말려 국민이 속아 넘어간 사례가 있다. 2018년 3월 당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은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와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대다수 국민은 정 실장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용어 속임수’였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사용하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는 말 그대로 남북한 동시 비핵화로서, 1992년 남한지역의 전술핵무기는 철수했기 때문에 북한 핵만 폐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완료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선반도 비핵화’는 5가지 조건이 붙어 있다. 그중 핵심은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 및 미군 철수다. 문제는 2018년 당시 김정은이 ‘비핵화’ 관련 발언을 했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했을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정 실장이 의도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로 용어를 바꾸어 마치 북한이 핵폐기 의사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1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확인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는 ①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논리를 인정하지 않고, ②북핵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폐기를 지속 추진하며, ③NPT(핵비확산) 체제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3국 수석대표는 또 북한이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핵·미사일 자금 조달에 나서는 행위를 차단하고, 대북제재 회피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도 배가하기로 했다.

현 한반도 안보 상황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가 중대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당국에 계속 보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온다. 정부가 참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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