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 기쁨 만끽하는 데샹 감독. /신화=연합
결승 진출 기쁨 만끽하는 데샹 감독. /신화=연합

디디에 데샹 프랑스 축구대표팀 감독이 신들린 용병술로 프랑스를 2회 연속 월드컵 결승에 올려놨다.

프랑스는 1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준결승에서 ‘돌풍의 팀’ 모로코를 2-0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2점 차 승리를 거뒀으나, 내용상 완승이라 부르기는 어려운 경기였다.

전반 5분 만에 테오 에르난데스(AC밀란)의 골로 앞서간 프랑스는 이후 모로코에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프랑스는 이전 경기에서와 달리 전열의 무게 중심을 뒤에 뒀다. 데샹 감독은 모로코의 역습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모로코의 공세가 너무나 거셌고, 결과적으로 프랑스가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 후반전에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데샹 감독은 선수 교체로 흐름을 바꾸려 했다.

후반 20분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AC밀란)를 빼고 측면 공격수 마르퀴스 튀람(묀헨글라트바흐)을 투입했다.

후반 33분에는 우스만 뎀벨레(FC바르셀로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콜로 무아니(프랑크푸르트)를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튀람과 무아니가 프랑스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터뜨렸다.

튀람이 왼쪽에서 건넨 패스가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의 슈팅으로 이어졌는데, 이게 수비수를 맞고 골대 오른쪽으로 흘렀다.

이를 무아니가 가볍게 마무리해 모로코 골망을 흔들었다.

이 득점은 후반 34분에 들어간 것으로 기록됐다. 분으로만 따지면 무아니는 투입되고서 1분 뒤에 골을 넣었다.

그러나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초 단위까지 따졌을 때, 무아니가 골을 넣는 데 걸린 시간은 44초다.

이는 월드컵에서 교체 투입 선수가 넣은 골 중 역대 3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데샹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빠르게 통한 셈이다.

10년간 장기 집권하며 프랑스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데샹 감독은 이날 승리로 2회 연속으로 월드컵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를 이뤄낸 사령탑은 비토리오 포초(이탈리아·1934년, 1938년), 카를로스 빌라르도(아르헨티나·1986년, 1990년), 프란츠 베켄바워(서독·1986년, 1990년) 감독과 데샹 감독, 4명뿐이다.

2018년 러시아 대회 우승을 지휘한 데샹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을 이루면 포초 감독에 이어 월드컵 2연패를 이뤄낸 역대 2번째 감독으로 역사에 남는다.

앞서 브라질이 1958년과 1962년 월드컵 2연패를 이뤄낸 바 있지만, 사령탑이 두 대회에서 서로 달랐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데샹 감독은 "우리에겐 열정과 자부심이 있다.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았다"며 2연패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였던 데샹 감독이 팀을 더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데샹 감독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지휘봉을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어받을 것이 기정사실로 여겨졌으나, 프랑스 대표팀이 빼어난 경기력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면서 프랑스축구협회(FFF) 내 기류가 바뀌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온다.

노엘 르그라에 FFF 회장은 프랑스가 8강전에서 승리한 뒤 르퀴프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계약 연장 여부는 데샹 감독에게 달려있다. 그가 연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준결승전을 현장에서 관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면서 "우승을 이루고 데샹 감독이 대표팀이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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