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7억3000만명, 미국에서만 1억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동시에 발의됐다. /로이터=연합
전 세계 17억3000만명, 미국에서만 1억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동시에 발의됐다. /로이터=연합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국의 숏폼 플랫폼 ‘틱톡’에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 상·하원 의회에 틱톡 퇴출 법안이 동시 발의된 것이다. 미국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넘어갈 수 없도록 제도화하려는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와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간의 협상이 1년 이상 표류하자 의회가 전면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4일 미국 마코 루비오(공화) 상원의원과 마이크 갤러거(공화) 하원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민주) 하원의원은 각각 상·하원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약칭 ‘반사회적 중국 공산당법’으로 불리는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 감시, 강압적 검열과 영향, 알고리즘 학습에 따른 국가적 위협 회피법’이 그것이다.

9페이지 분량의 이 법안은 중국·러시아·이란·북한·쿠바 등 우려할만한 국가에 기반하거나 이들의 실제적 영향을 받는 월간 사용자수 100만명 이상 소셜미디어 기업의 미국 내 거래를 차단·금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틱톡과 바이트댄스를 콕 집어 ‘미국 대통령이 우려 국가의 영향권에 있지 않다고 의회에 인증하기 전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여야가 틱톡의 퇴출을 위해 초당적 힘을 모은 것이다.

발의를 주도한 루비오 의원은 이날 틱톡을 ‘중국 공산당의 꼭두각시’라 지칭하고 "연방 정부는 지금껏 틱톡의 위협에서 미국인을 보호할 단 하나의 의미 있는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CFI 협상의 지지부진함을 질타했다. 그리고 "우리는 틱톡이 반응을 조작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며 중국 정부의 요청에 답하고 있음을 안다"면서 "지금은 무의미한 협상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틱톡을 영구히 금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이 자국 빅테크에 대한 장악력을 지속 강화하면서 틱톡의 내부정보가 중국 정부와 공유돼 감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는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하원에 출석해 "중국 정부가 틱톡에서 수백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용자의 스마트기기를 침해해 소프트웨어를 조종할 수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심증 이상의 정황증거도 나왔다. 포브스와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의 관리자 중 23명이 중국 국영 미디어 출신이며 중국 내 관리자들이 해외 유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 중국 관영매체 CCTV의 미국 에이전트인 미디어링크TV는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 기간 동안 ‘뉴스톡스(NewsTokss)’라는 틱톡 계정을 통해 여당 후보를 비판하고 야당 후보를 옹호하는 영상을 내보내며 여론조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군과 미 국무부·국토안보부는 일찍이 직원들의 틱톡 이용을 금지했고 텍사스·사우스다코타·네브래스카 등 7개주는 최근 주정부 소유·임차 장비에서의 사용을 막았다.

앞으로 ‘반사회적 중국 공산당법’이 미 의회의 문턱을 넘어 법제화된다면 미국은 2020년 6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 악화로 중국산 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 인도에 이어 두 번째 틱톡 강제 추방국이 된다. 특히 이는 개인정보 유출, 중독성, 어린이 유해성 등을 들어 틱톡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유럽연합·영국·대만·호주 등 국가로 연쇄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틱톡이 실제 퇴출당할지는 섣불리 예단키 어렵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의회 통과 자체보다 틱톡에 빠진 미국 이용자 1억4000여만명의 반발이 더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년전 틱톡 다운로드 금지를 추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연방법원에 의해 저지당했듯 바이트댄스가 소송으로 법안을 무력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기술적 실효성 역시 의문이다. 개인의 접속을 완벽 차단할 방법이 없어서다. 인도만 해도 여전히 수억명이 가상사설망(VPN) 등 우회경로로 틱톡을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이번 법안의 진의가 퇴출 강행보다는 CFI-바이트댄스 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케이틀린 친 연구원은 "틱톡과 관련한 우려 대부분은 아직 증거보다 가능성에 근거하고 여타 빅테크도 틱톡만큼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며 "전국적 틱톡 금지가 이른 시일 내 이뤄질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센트럴랭커셔대학의 국제관계학자인 에반 로렌스 박사도 "현실성이 낮은 이런 법안들은 대개 협상 전술로 사용된다"며 "이로 인해 틱톡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반감이 커질수록 협상의 주도권은 미 정부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 17억3000만명, 미국에서만 1억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동시에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위치한 틱톡 미국법인 전경. /로이터=연합
전 세계 17억3000만명, 미국에서만 1억4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퇴출시키는 법안이 미 상·하원에서 동시에 발의됐다.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위치한 틱톡 미국법인 전경. /로이터=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