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 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 대활약
창작뮤지컬 해외 진출도…문인·웹툰 작가들도 세계서 주목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하는 임윤찬. /연합
반 클라이번 콩쿠르서 연주하는 임윤찬. /연합

올해는 임윤찬 등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정상급 콩쿠르를 잇달아 석권하며 'K-클래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력을 보여준 한 해였다.

K팝·영화·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한류 외에 클래식을 비롯해 웹툰·뮤지컬·출판 등에서도 한국인들이 활약하며 우리 문화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 임윤찬·최하영·양인모·이혁 등 잇따라 콩쿠르 우승

올 한해는 젊은 연주자들이 주요 콩쿠르에서 잇따라 낭보를 전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연주자는 단연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이다.

임윤찬은 지난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직전 대회(2017년) 선우예권에 이어 한국인의 2연패였다.

임윤찬의 클라이번 콩쿠르 연주는 뉴욕타임스(NYT)의 '올해 10대 클래식 공연'에 선정되는 등 각별한 주목을 받았다.

첼리스트 최하영(24)도 6월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로 꼽힌다. 첼로 부문은 2017년 신설돼 두 번째 경연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 역시 5월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앞서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젊은 현악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혁(22)은 11월 롱티보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최고 권위 대회로 꼽히는 이 콩쿠르의 피아노 부문에서 임동혁(2001년 우승) 이후 21년 만에 나온 한국인 우승자다.

'첼로 신동' 한재민(16·한예종)도 지난 11월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윤이상 콩쿠르는 통영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2003년 시작된 대회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선전하는 배경에는 집중적인 영재 교육과 부모의 전폭적 지원 등이 꼽힌다.

실기 위주의 전문 예술교육을 표방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그 중심에 있다. 올해 주목받은 우승자 중 임윤찬과 한재민이 대표적인 한예종 출신 인재다.

한예종 음악원은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어린 연주자들을 발굴해 실기 위주로 집중적인 도제식 교육을 하는 시스템이다. 매 학기 시험 과제곡이 많은 것으로도 악명이 높다. 일례로 한예종 음악원 피아노 전공의 경우 40여 분의 독주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해서 실기시험만 1주일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올해 여러 젊은 음악도들이 국제 무대에서 빛나는 성과를 냈지만, 일각에서는 콩쿠르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예술에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에서부터 콩쿠르로 혜성처럼 등장한 연주자가 주변의 과도한 관심에 흔들리다가 진로를 개척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등이다.

연주자 출신 클래식칼럼니스트 최은규 씨는 "콩쿠르에 입상해서 유명해졌다가 연주자의 재능이 너무 금방 소모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연주자를 잘 관리하고 지원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정교하게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해외시장 문 두드리는 창작뮤지컬…'뮤지컬 한류' 기대감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국내 창작 뮤지컬도 늘고 있다. 5·18을 다룬 뮤지컬 '광주'는 뮤지컬 본고장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0월 쇼케이스를 열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앤디 로닌슨이 음악감독을, 뮤지컬 '록키 호러 픽쳐쇼'의 앤드루 라스무센 감독이 연출을 맡아 현지배우 15명이 출연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는 일본으로 라이선스를 수출해 내년 3~4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현지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해 무대에 오른다. 일본 정상급 뮤지컬 배우 마나키 레이카가 주연을 맡았고, 요미우리 연극상 '우수 연출가상'을 세 차례 받은 스즈키 유미가 연출한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사랑의 불시착' 역시 일본 진출을 타진 중이다.

국내에서 초연하기도 전에 해외 제작사와 판권 계약을 맺은 작품도 있다. '인간의 법정'은 중국의 뮤지컬 제작사 포커스테이지와 중국 판권 계약을 맺었다.

전문가들은 '뮤지컬 한류'가 더 퍼져나가려면 창작 공연들이 초연 뒤 체계적으로 검증·보완을 하는 시스템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번 완성된 작품이 그대로 유통되는 드라마·영화와 달리 생중계로 이뤄지는 뮤지컬은 공연마다 완성도를 검증하면서 다음 단계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단계별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망가 대신 웹툰'…美 주요 만화상 석권

올해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만화 형식 웹툰이 세계 무대에서 약진한 한 해였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웹툰의 '로어 올림푸스'가 올해 '만화계의 오스카상'인 아이즈너상을 비롯해 하비상, 링고상을 받으며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의 작가는 뉴질랜드 출신 레이첼 스마이스지만, 네이버웹툰이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 캔버스로 직접 발굴한 인물이다.

한국 작가가 그린 웹툰이 세계적인 만화상의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규석의 '송곳'은 내년 1월 열리는 제50회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공식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이 발레를 통해 교감하는 '나빌레라'(훈·지민 작가)가 아이즈너상 후보에 올랐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등장한 형식인 웹툰은 세로로 스크롤 하며 읽는 방식이라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됐다는 강점이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망가'(만화의 일본식 표현)가 빛을 잃어가고 대신 한국의 웹툰이 뜨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문인들도 '출판 한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3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정보라 작가도 4월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한국 장르문학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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