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대국이다. 세계 유수의 국가에서 한국 외과 수술 집도를 보기 위해 매년 방문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무슨무슨 의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무슨무슨 외과수술을 성공시켰다는 기사 역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우리나라의 외과 의사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수술 자체의 난이도가 높은 것은 둘째치고, 고된 일과에 비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타과에 비해 낮아 업무 만족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과대학에 입학한 의대생들은 대부분 외과보다 쉽고 편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지원한다. 그 결과가 지금 외과 의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더욱 불을 붙이는 논란이 터졌다. 바로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이다. 예전부터 환자가 의사의 의료 과실을 이유로 소송을 하게 되면 백전백패라는 말이 있었다. 의사의 의료 과실을 환자가 입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수술실 내부의 CCTV 설치다. 최근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논란까지 터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쪽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의료 과실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삼는다.

하지만 반대 측 입장도 만만치 않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수술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 CCTV를 근거로 수많은 소송에 당하게 되면 의사들이 수술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항변한다.

마땅한 증거를 확보하기 힘든 현재도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거는 일이 있으니, 반대 측의 이런 걱정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CCTV 영상이라는 증거가 생기면, 의사의 과실유무를 막론하고 환자 측이 일단 소송을 걸 확률이 매우 높아지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지 말자는 반대 측 주장도 맞는 말이고, 벼룩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찬성 측 주장도 맞기 때문이다.

필자 생각에는 현실을 고려해 결정하면 좋을 듯하다. 피부과나 성형외과 같은 인기 과의 경우 CCTV를 설치해 의료 과실과 태만을 막고, 외과의 경우 의사 지원율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CCTV 설치를 보류해 외과 의사 자체가 사라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과 의사의 절대수가 부족해지면 의료 과실로 인한 피해보다 치료를 받지 못해 생기는 피해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