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식 세계관이 몰락하고 있다
80년대식 세계관이 몰락하고 있다
  • 이인철 변호사
  • 승인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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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윤미향, 박원순 사건은 탄핵으로 등장한 신주류의 80년대식 세계관이 무너지고 있음을

-아직도 백년전쟁 겪는 조선후예 자처,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 유산에 젖어있어

-정치 과제가 아니다. 정체성을 바꾸는 과제다. 달이 져야 낮이 오고 현실 제대로 볼 수 있다

2018년 – 2020년, 80년대 복고풍조의 등장 그리고 몰락

2017년 탄핵과 그 후 조국, 윤미향, 박원순 사건이 보여주는 세태를 제6공화국 87체제 30년의 연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사회 주류 세력의 정체성의 근거를 이루는 세계관의 몰락이다. 탄핵으로 등장한 신주류의 80년대식 세계관이 무너지고 있다.

그 시대 상황을 벗어나서는 가치도 의미도 없는, 그 시대의,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에 의한, 그들만의 사유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세상을 변혁한다고 생각했다.

민주화 후기의 시대로서 70년대 말인 1977년경부터 6.10항쟁이 있던 1987년까지 운동권의 저항의식은 독특한 사유체계를 만들었다. 정치적 억압에 대한 저항의 정당화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고 이에 기초한 자기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택된 그들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 무엇을 희생시켜도 정당하다는 사유로 무장하며 자기정체성을 재구성하였다.

그 시대 상황을 벗어나서는 가치도 의미도 없는, 그 시대의,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에 의한, 그들만의 사유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세상을 변혁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한 사유는 건국 시기의 좌우노선과 다르고 70년대 전반부의 민주화 운동과도 다르다. 당대의 분위기처럼 회고적이어서 역사에 의존하고, 당대의 정치처럼 독단적이고 권위적이며, 당대의 경제처럼 물질지향적이고, 당대의 문화처럼 집단적인 동시에 이해관계에 민감하다.

◇공적인 개념 없는 80년대식 스토리

그 스토리에 공적인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만의 스토리는 당대 상황의 거울이고 그들은 스스로가 규정한 적과 똑같아질 수밖에 없다. 그 사유의 기반을 봉건 조선에서 물려받아 아직도 백년전쟁을 겪는 조선의 후예를 자처하기에 조선으로의 회귀, 조선 복귀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모든 것이 가능하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낭만주의의 유산이기도 하다.

1977년부터 1987년에 이르는 10년간 – 48년 건국부터 산업화에 이른 30년 이후이고, 30년에 이른 제6공화국 87체제가 성립하기 전의 10년의 기간에- 형성된 80년대식 스토리는 서서히 시대의 마음에 자리잡고 30년에 걸쳐서 전파되어 한국 사회 주류의 정체성을 이루는 세계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 3년에 걸쳐 드러나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의 배경이다.

80년대식 스토리는 그럴듯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이고 그 주인공들은 당대의 아들일 뿐인데 그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조선을 살며 1980년대를 복원하고자 하고 있다. 당연히 현실과 충돌하여 엄청난 혼란을 자초하고 있음에도 꿋꿋이 자기 길을 걷는 것은 바로 현실을 거부하며 모든 것을 희생시키면서 변혁을 이루겠다는 80년대 사유 자체가 가진 특성인 고집이다.

현실을 부정하면서까지 80년대 사유에 매달려 스스로의 미래 기반을 망가뜨리는 것은 흔들리는 자기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사회를 바꾸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는 것이 어렵고 특히 집단적인 사유로 정체성을 구축하고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를 맞물린 정신의 성채를 허무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탄핵 이후 3년의 시기는 과거에 쌓아 올린 마음의 성채가 허물어지는 과정이다. 유지되지 않고 보수될 수 없으며 필요하지 않는 성채는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현재의 혼란은 무너져야 할 과거의 정체성이 소멸되는 과정이다.

◇탄핵 이후 3년, 80년대 정체성 소멸되고 있어

현실 거부의 고집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기반이 휩쓸려 훼손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어서 피땀흘려 쌓아온 공화국의 기반이 허물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염려가 있다. 무너질 것이 무너지도록 사라질 것이 사라지는 적절한 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80년대 만들어진, 조선에 정체성을 둔 낡은 사유가 소멸되어야 한다. 그것이 사라질 때 그와 대항하는 것만으로 존재의미를 가져서 적대적 공존관계의 반사이익으로 존속하는 낡은 세상이 무너지고, 만들어진 갈등과 가상의 전쟁이 사라지리라 본다. 언제까지나 조선 타령하는 시대에 머물러 캄캄한 밤을 지낼 수는 없다.

언제까지 과거가 지배하는 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이것은 정치의 과제가 아니라 정체성을 바꾸는 과제다. 현재의 질서를 개조하는 과제가 아니라 마음의 질서를 바꾸는 과제다. 장애는 변화를 거부하는 마음이다. 이미 낮이 되었음에도 달만 쳐다보고 밤을 지향하는 고집을 버리고 태양을 바라보자. 달이 져야 태양이 뜨고 낮이 온다.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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