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위임통치' 국정운영?…자신감에 따른 '역할 쪼개기'
北 김정은 '위임통치' 국정운영?…자신감에 따른 '역할 쪼개기'
  • 김한솔 기자
  • 승인 2020.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고위 간부들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하고 있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북한의 체제가 불안정해진 게 아니냐는 등의 확대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야별 '역할 쪼개기' '역할 분담'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며 이러한 국정 운영 방식은 김 위원장의 통치권에 대한 '자신감'이 배경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해 기자와 만나 국정원이 전날 북한의 '위임통치'를 언급한 것과 관련 "최종결정권자(김 위원장)가 권한을 조금 넘겨줄 수는 있지만 결정권까지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 결정권은 김 위원장이 가지고 있고 분야별로 웬만한 것은 거기서 다 조율하고 조정한 것일 뿐"이라면서 "역할을 쪼갰다고 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행정용어인 '전결권'(결재를 하는 직책의 관리자가 하위관리자에게 대신하여 결재를 위임하는 경우)을 언급하며 "전결권이 키워졌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처로 비교하면 전결권을 차관이나 실국장 등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면서 "전결이라고 하더라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것이며, 보고한 후 최종결정권자인 장관이 (결과를) 뒤집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임통치는 '횡적인 역할 분담'이 아닌 '상하 역할 분담'으로 1대1로 김 위원장에게 맞먹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위임통치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역할 쪼개기, 역할 분담 형태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북한 관료들에 대한 '신뢰'도 하나의 요소로 꼬집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의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박봉주 당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최부일 당 중앙위원회 부장,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부장 등의 인물을 언급하며 "핵미사일 전략은 리병철이, 군 조직관리는 최부일이, 경제 분야는 박봉주가, 대남 대외 분야는 김여정이 하고 있는데, 시켜보니 잘 해내고 야무지게 하고 효과를 내니(일을 시키는 것일 것)"라면서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만기칠람(萬機親覽)을 하려다 보니 몸도 좀 불편하고 했을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 부의장과 같이 다수 전문가들은 '위임통치'라는 용어가 북한과 같은 유일영도체제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북한의 지도 이념은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북한의 지도체계는 주체사상의 영도체계가 말하는 '수령제'를 기본으로 한다. 수령제는 '1인 지도체제'를 말하며 '집단지도체제'를 비판하고 부정한다. 때문에 여러 명에게 권한을 위임해 통치한다는 것은 주체사상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설명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위임통치라는 단어는 아마 틀린 용어"라면서 "위임이든 아니든 통치를 여럿이 한다는 것은 리더가 여럿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수령이 여럿이라는 뜻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한은 유일영도체제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건재한 정상체제에서 정치는 자신이 직접 관장하고 경제, 사회, 군사, 대외 등 분야별로 책임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이라면서 "위임통치가 아니라 역할분담"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장악, 안정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위임통치'에 대해 "권한 분담과 책임 이양이 핵심 내용이지 전반적인 위임통치는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이번 국정원의 위임통치 발언이 일각에서는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제시됐다.

신 센터장은 "위임통치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면서 "책임 분산 역시 결국은 책임 회피로 들릴 것으로, 이 것이 사실일지라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텐데 너무 경솔한 (또는 너무 진솔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체제의 당정군 시스템을 김여정 위임통치라는 자극적 용어로 둔갑시켰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을 앞세워 '선군정치'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치한 것에서 벗어나 '선당정치'로 당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국방위 대신 국무위원회를 통해 '시스템 통치'를 강조해왔다. 때문에 김 제1부부장을 포함해 당·정·군에서의 권한을 일부 분산하는 통치 형태를 보였다.


khs911@jayoo.co.kr

더 자유일보 일시 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면 후원해주세요”

  • ※ 자유결제는 최대 49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