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1997년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국제비서에게 필자는 이런 질문을 했다. "이승만 정부 이후 남한 정부 중에서 김일성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 한 정부는 어느 정부인가?"

황 선생의 답변은 이랬다. "박정희 정부의 대북정책이 표준형이었다. 통일은 스스로 힘을 충분히 기른 다음에 한다고 생각하고 선(先)건설 후(後)통일 정책을 시행했다. 그것이 최선이었다. 김일성이 긴장했던 상대는 전두환 정부였다. 군사정권이라 전쟁을 걸어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곧 김일성이 알게 됐다. 그리고는 상대하기 어려웠던 정부는 없었던 것 같다."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켰다가 실패했다. 하지만 정전협정 후 전후(戰後)복구 사업이 끝나자 60년대부터 또다시 청와대 습격 등 도발을 감행했다. 남로당을 잇는 통혁당을 비롯해 남한 내 지하당 건설을 끊임없이 계속했다. 김일성은 "남조선 인구는 4천만, 우리는 2천만이니까 남조선을 둘로 나누어 그 절반을 우리 쪽에 갖다 붙이면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했다. 또 "자본주의 사회는 어차피 여당 야당이 나뉘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죽일내기로 싸우니까, 우리는 남조선을 둘로 나누는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김일성의 이같은 전략을 바꾼 사실이 없다. 남한의 좌익 정치인·지식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북한의 민족공산주의·주체사상에 이끌려서 또는 노동당 대남부서의 ‘사업’에 말려들어, 김일성의 ‘남조선 갈라치기’ 노선에 올라타게 됐다. 통혁당의 김종태·김질락·이문규·신영복·박성준 등등이 그러했고, 이후 인혁당·남민전을 비롯해 각종 지하당들이 그런 흐름을 이어왔다. 해체된 통진당과 지금의 경기동부연합·민노총도 매한가지다.

인적 구조로 보면 지난 문재인 정권 세력은 그런 역사적 흐름의 ‘끝물’이었다. 만약 이들을 ‘공산주의자’라는 각도에서 본다면, 그 이론 수준과 신념, 실천력 등에서 박헌영·이승엽·성시백·현준극 등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아마도 4류~5류 수준이 아닐까 싶다. 속칭 ‘진(眞)빨갱이’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다. 예수나 공자는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마르크스도 아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을 사상가로 존경한다"고 했으니, 그의 사상적·지적 수준이 얼마나 빈한(貧寒)한 것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문 전 대통령은 얼치기 사회주의자로서 구386 운동권의 권력 욕심을 채워주는 ‘도구’가 되어, 자신의 낮은 사상적 수준과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회적 객관 지위 사이에서 적지 않은 내면적 불일치 현상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재임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그의 언행들을 보면, 그가 이른바 ‘치매’를 앓아서가 아니라, 이같은 내·외면의 불일치로 인해 스스로 ‘자기 자신이 아닌 행동’을 해온 것이다. 지적·사상적 수준이 견고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데, 이를 숨기고 대중을 기망(欺罔)하고 싶을 때 ‘위선’(僞善)으로 나타난다. 간단해 말해 ‘조국(曺國) 증후군’이다.

아무튼 김일성이 지난 40~50년간 뿌려놓은 친북좌익 세력의 끊임없는 진지전과 그 멍석 위에서 부패한 권력과 돈을 추구한 운동권 세력, 그리고 이재명과 경기동부연합+조폭 연합세력이 어우러지면서,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김일성이 남긴 오래된 찌꺼기들을 깨끗이 청소하는 ‘역사적폐 설거지’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이재명 세력 다 합쳐도 박헌영·성시백 같은 ‘진빨갱이’ 한 명을 못 만들어낼 것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끝까지 ‘법대로’ 밀고 나가면 김정은이 겁을 먹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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