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를 먹으며

 

일찍부터 우리는 믿어 왔다.
우리가 하느님과 비슷하거나
하느님이 우리를 닮았으리라고

말하고 싶은 입과 가리고 싶은 성기의
왼쪽과 오른쪽 또는 오른쪽과 왼쪽에
눈과 귀와 팔과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가진
우리는 언제나 왼쪽과 오른쪽을 견주어
저울과 바퀴를 만들고 벽을 쌓았다.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자유롭게 널려진 산과 들과 바다를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누고

우리의 몸과 똑같은 모양으로
인형과 훈장과 무기를 만들고
우리의 머리를 흉내내어
교회와 관청과 학교를 세웠다.
마침내는 소리와 빛과 별까지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고

이제는 우리의 머리와 몸을 나누는 수밖에 없어
생선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우리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어
온몸을 푸들푸들 떨고 있는
도다리의 몸뚱이를 산 채로 뜯어먹으며
묘하게도 두 눈이 오른쪽에 몰려 붙었다고 웃지만

아직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
결코 나눌 수 없는
도다리가 도대체 무엇을 닮았는지를.

김광규(1941~ )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인간과 도다리의 모습을 대비하여 비판적 시선이 극대화 되었다. 두 눈이 모두 한 쪽으로 쏠려 있는 도다리의 생김새를 가져와 당대 사회에 만연했던 흑백 논리를 풍자하고 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 시가 쓰인 1980년대에도 정치적·사회적 사고는 경직되었고 획일성이 만연하였다. 이 시는 이념 대립 같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큰 현실과 자신의 내부 모순에 주목하는 태도를 촉구한다. 흑백 논리의 허구성을 일상적 언어로 쉽게 접근하여 당대 사람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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