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대 격변은 1991년 소련 붕괴였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는 소련의 국가통계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1년여의 연구 끝에 미 CIA는 소련 국가통계의 진실을 찾는 데 성공했다. ‘SOVMOD’란 이름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소련당국이 발표한 각종 국가통계를 SOVMOD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통과시키면 사실치(事實値) 내지 근사치가 추출됐다. 그 결과 당시 소련의 결정적 취약점이 ‘국가재정 적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은 대(對)소련 전략을 냉전에서 경제전으로 이동시켜 끝내 소련을 붕괴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통계는 99%가 거짓이다. 사회주의 ‘범생이’였던 동독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북한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통계를 조작하는 이유는 진실보다 ‘선전’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대중 선전을 위해 언제든 통계 조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권에서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선전하기 위해, 청와대가 국가통계 조작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감사원은 소득·고용·집값 등 주요 통계가 고의로 왜곡됐고,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정부 시기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직접 조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은 이미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 바 있다. 황 전 청장은 2018년 8월 갑자기 경질됐다. 당시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벌인 논란이 경질의 배경이 됐다.

감사원은 최근 통계청 직원 PC를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이 중에 2018년 통계청 직원들과 청와대 관계자의 회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감사원은 문 정부의 국토교통부도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를 할 때 표본을 의도적으로 편향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로 입력하는 등 조작이 발생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국가통계 조작은 ‘독재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통계 조작은 중대한 범죄다. 범죄가 드러나면 반드시 가중처벌돼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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