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를 뽑는 데 당원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가 논란이다. 과거처럼 당원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할 것인지, 아니면 100% 책임당원의 선택에 맡길 것인지가 포인트다. 여기에 역선택 방지 조항과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 시비까지 얽혀 복잡한 양상이다.

정당은 같은 국민이라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노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전제 위에 존재한다. 당 대표를 뽑는 데 일반 국민의 뜻까지 반영한다면 정당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정당정치는 국민 통합을 이루는 수단이다. 하지만 그건 정당들 사이의 구분과 차별화가 선행된 이후의 얘기이다. 즉, 국민 통합은 정당들이 서로의 차이를 드러내고 선명하게 대립 경쟁한 결과이지 정당들 사이의 구분을 흐트러트려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뽑는 데 여론조사를 반영하자는 주장은 삼성전자 CEO 뽑는 데 여론조사 반영하자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물론 신제품 개발이나 시장전략 수립의 경우에는 당연히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오너십은 다르다. 책임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당 대표나 회사 CEO나 모두 오너십과 책임성의 문제다. 혼동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여론조사를 반영하면 안되는 매우 중대한 이유가 또 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그것이다. 오랜 민주주의 경험을 가진 선진국의 시민들은 특별한 법적 제재 장치가 없어도 다른 당 경선에 개입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다르다. 자기 진영의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 고관여층이 너무 많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강조되는 이유도 이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당정치가 자리잡으려면 당내 투표에서도 공직선거에 준하는 절차적 엄격성이 필요하다. 영리를 기본으로 운영되는 여론조사회사가 관리하는 여론조사는 결코 이런 절차적 엄격성을 갖출 수 없다. 어마어마한 조직과 예산 그리고 헌법적 근거까지 갖춘 선거관리위원회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공직선거에서도 끊임없이 부정선거 시비가 나오는 상황 아닌가.

정당정치는 정치적 책임이 생명이다.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국민의힘 운명에 책임지지 않는다. 그 중에는 국민의힘 망하기를 학수고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민의힘 운명은 책임당원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