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과 안철수, 그 환상의 결합
진중권과 안철수, 그 환상의 결합
  • 주동식
  • 승인 2020.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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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세상의 복잡 다양하고 총체적 질서에 대한 이해는 인문학적인 단순성에 의지할 수밖에

- 우선순위 정하기가 인문학 본질이고 정치 영역. 그 우선순위 따라 구체적 성과 내는 이공계

- 뻔한 얘기를 참신하게 포장하는 재능과 뻔한 콘텐츠를 드라마틱한 메시지로 이해하는 두뇌

나는 안 봤지만, 진중권과 안철수가 같이 유튜브도 찍고 그러나보다. 어쩐지 둘이 환상의 결합이라는 느낌적 느낌이…영혼의 동반자를 찾아 오랫동안 이 험난한 세상을 방황 유리하던 어린 두 사람의 영혼이 드뎌 제대로 된 짝을 만나 안식처에 든 것을 보는 느낌이랄까?

너무 순진무구한 영혼의 소유자인 두 분이 만나서 깔깔대며 즐거워하는 것 같다. 얼핏 봐도 둘이서 무척 좋아하더구만 ㅎㅎㅎ

사실 지식인으로서 진중권은 불행한 케이스이다. 지적 능력의 본질은 바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단순화를 통해서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뒤섞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과 현상, 정보들 사이의 연관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새로운 지적 산출물의 생산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찾아낸 연관관계가 진정으로 과거의 그것과 구별되고, 현실 정합성과 유효성을 갖게 될 경우 그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기억하고 보관해야 할 지적 자산이 된다. 인류 문명은 저렇게 과거와 구별되고 차별화되는 지적 자산의 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도 엄청나게 많은 지식인들이 있고, 그 중에는 대단한 지식을 갖고 학문적 능력이 탁월한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분들이 지적 소산이 십 년 이십 년 백 년 이백 년 뒤에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지적 능력이 본질적으로 발휘되는 영역은 인문학

지적 능력의 본질이 단순화라는 점에서 사실 지적 능력이 가장 본질적으로 발휘되는 영역은 인문학일 수밖에 없다.

이공계 작업에서도 단순화라는 지적 메카니즘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공계의 지적 작업은 단순화라는 지적 메커니즘을 거쳐 궁극적으로 구체화 복잡화라는 영역으로 나아가게 된다. 단순화라는 과정을 거치지만, 그 최종적 지향점은 구체화 복잡화라고 봐야 한다.

이게 이공계와 인문학의 본질적 차이이다. 결국 이 세상의 복잡 다양하고 총체적인 질서에 대한 이해는 결국 인문학적인 단순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이공계 엘리트들이 인문학 전공자들에 대해서 갖는 분노를 나는 이해한다. 나는 인문학 중에서도 가장 천대 받는 분야 중 하나인 국문학 전공자로서 IT언론 분야에서 사회 경력 대부분을 채워왔기 때문에 그런 갈등에 대해서는 나름 이해가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아무리 불만이어도 인문학의 본질은 사물을 단순화하는 Generalist이고, 이공계는 복잡화 구체화하는 Specialist이다. 내가 존경하는 IT분야의 원로 한 분에게서 들었던 말씀이 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본다.

“제너럴리스트는 스페샬리스트가 일하는 방식에 개입해서는 안되고, 스페샬리스트는 제너럴리스트가 결정하는 일의 우선순위에 개입해서는 안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이게 인문학의 본질이고 정치의 영역이다. 스페셜리스트는 그렇게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일을 한다. 아무리 거슬리고 기분이 나빠도 이건 본질적인 차이이다.

그렇다면 왜 외국에서는 이공계 엘리트들이 정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곤 할까? 이거야말로 한국 인문계 엘리트들의 폐쇄성과 배타성 때문이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는 한국의 이공계 엘리트들이 기본적으로 인문학적인 훈련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말해 인문학적인 소양이 극히 빈약한 상태로 정치 등에 뛰어들다 보니 처절하게 발리는 것이다. 머리 좋다는 안철수가 정치권에서 보여준 사례가 전형적이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인문학 전공을 대거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이공계 전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나도 대부분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의 진짜 문제는 인문학 전공자가 많은 데 비해 인문학적 소양은 극히 천박하다는 것이라고 본다. 인문학 전공자 숫자 문제가 아니라, 정말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을 초중고에서부터 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다.

◇인문학적 소양 쌓은 이공계 엘리트, 탁월한 역량 발휘

그런 인문학적 기초 소양을 쌓은 이공계 엘리트들은 정치권에서 문돌이들보다 훨씬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본다.

공자도 젊어서 수많은 직업들, 당시로서는 천하다고 평가받는 직업을 경험했다. 그 대부분이 지금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공계나 기술직으로 분류되는 일자리였을 것이다. 그런 복잡다단한 경험을 탁월하게 단순화한 결과가 공자의 위대한 지적 성찰로 나타났다고 본다.

진중권 얘기를 꺼냈다가 엉뚱한 데로 샌 것 같기는 한데, 진중권은 저 단순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탁월한 센스와 번뜩이는 재치가 있다. 하지만, 진중권의 그 탁월성은 무척 진부한 결론을 반짝반짝 빛이 나도록 포장하는 데 집중된다. 그 포장을 벗기고 난 알맹이는 허무할 정도로 진부하다. 대중들이 이미 알고 있는 얘기, 받아들일 준비가 된 메시지일 뿐이다.

엄밀하게 말해 선동Agitation일 수는 있어도, 선전Propaganda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름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인문학자로서 이런 한계는 본인에게도 정말 비극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원래부터 저런 쪽으로 특화된 재능이었는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저렇게 풀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극이고, 안된 일이다.

진중권이 안철수랑 죽이 잘 맞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을 보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본다. 당연한 현상이라는 얘기이다. 뻔한 얘기를 겉보기에 매우 참신하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재능, 뻔한 콘텐츠를 드라마틱한 메시지로 이해하는 두뇌. 환상적인 결합이라고 본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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