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 이양 합의 못 이뤄 국가생존 위기"

군부 쿠데타 혼란 속 전격 사임한 수단의 압달라 함독 총리. 함독 총리는 작년 10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군부와 민정 이양 협상을 벌여왔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방송 연설에서 전격적인 사임 발표를 했다. 사진은 2019년 8월 21일 하르툼에서 열린 총리 대행 취임식 후의 연설 모습. /AFP=연합
군부 쿠데타 혼란 속 전격 사임한 수단의 압달라 함독 총리. 함독 총리는 작년 10월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이래, 군부와 민정 이양 협상을 벌여왔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방송 연설에서 전격적인 사임 발표를 했다. 사진은 2019년 8월 21일 하르툼에서 열린 총리 대행 취임식 후의 연설 모습. /AFP=연합

작년 10월 쿠데타가 벌어져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수단에서 민간 출신 압달라 함독 총리가 2일(현지시간) 사임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방송 연설을 통해 "민주화 과도기에 이 나라의 아들·딸들이 소중한 조국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도록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군부·문민의 타협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1987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은 세계사에 흔치 않다.

함독 총리는 연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시위를 통해 ‘자유·정의’를 요구한 국민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여러분의 혁명적 열정으로 분명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군부·민간의) 갈등 속에 모든 노력을 다했음에도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수단은 생존을 위협당하는 위험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함독 총리는 이렇게 자국의 현실을 일깨우며 민정 이양 협정을 위한 ‘원탁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수도 하르툼 등 수단 곳곳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나, 군부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임 발표 날도 군부의 발포로 최소 3명이 사망했다. 현지 의료단체 등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 진압 과정의 사망자는 최소 56명에 달한다.

2019년 민주화 시위는 군부 쿠데타로 이어졌고, 이후 군·민간의 불안한 연합이 지속됐다. 오마르 알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가 끝난 뒤 군부와 야권은 과도기구인 주권위원회를 구성해 새 선거와 민정 이양을 준비해왔지만, 지난 10월 또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위원회를 해산시켰다. 과도정부 총리·각료와 주권위원회 민간인 위원도 구금된다. 결국 함독 총리는 약 1개월 만인 11월 하순 가택 연금에서 벗어나 총리직에 복귀했으나 이날 사임에 따라 새 정부 구성을 마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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