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센 추격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확장현실(XR)·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XR기기. /픽사베이
중국의 거센 추격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확장현실(XR)·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XR기기. /픽사베이

반도체와 함께 국내 첨단산업의 상징으로 꼽히던 디스플레이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주도권을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국의 거센 추격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를 접는 대신 확장현실(XR)과 차량용 OLED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경쟁력을 상실한 LCD에 투자하기보다는 고부가가치를 가진 미래 기술 개발에 방점을 찍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위기 속에서도 디스플레이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LCD 패널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OLED로 전환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OLED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다. LCD보다 소비전력, 화질, 두께 등이 월등하다. 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초대형 고화질 프리미엄 TV 등 고가의 전자제품에 채용된다. 또한 구부렸다 펼 수도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19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로 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이달 중으로 LCD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P7공장의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파주 공장의 생산이 중단되면 LG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은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만 생산된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일부 직원을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계열사에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는 유급 휴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LCD 사업을 점진적으로 줄여 온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월을 끝으로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다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여전히 ‘초격차’ 기술 전략을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기차·가상현실(VR) 등으로 시장 범위를 확대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떠오른 대표적 시장이 확장현실(XR)이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괄하는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가상현실을 3D 입체영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가볍게 안경처럼 착용하는 헤드셋 형태의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가상현실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XR기기가 필수적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이 바로 OLED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3000만대 수준인 XR기기 출하량은 오는 2025년 1억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 규모 역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XR 시장은 지난 2020년 약 33조6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51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57.9%씩 성장하는 셈이다. 현재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업체들 역시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X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XR기기 전용 OLED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계열사와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XR 기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XR기기 전용 OLED 기술인 올레도스를 공개했다. 올레도스는 기존 유리 기판을 활용하는 OLED와 달리 실리콘 기판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XR 디스플레이 가운데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휘도를 자랑한다.

완성차 시장 역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분야다. 최근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문화·생활공간으로 거듭나면서 고화질 OLED 패널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OLED 패널은 LCD와 비교해 전력 소비량이 적고 무게가 가벼워 완성차에 적합하다. 완성차용 OLED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사업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완성차용 OLED 시장은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54.7%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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