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은 바닥을 기는 청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를 없애는 대신 출마 자격이 만 45세 미만으로 제한된 청년최고위원직을 신설했다. 청년층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간절함으로 고안된 청년최고위원직은 전당대회가 있을 내년엔 7년차가 된다. 그동안 당은 탄핵과 분당, 합당을 거치며 3번 당명을 변경했고, 3명의 청년최고위원이 있었다. 물론 비상대책위원회에 청년 몫으로 들어갔던 청년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 서울·부산 보궐선거부터 올해 대선과 지선 승리까지 이뤄냈지만, 여전히 청년층의 지지를 온전히 얻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물의를 일으키고 떠난 젊은 당 대표나 그를 추종하던 청년최고위원만의 탓은 아니다. 청년최고위원이라는 직은 오직 당선된 1인의 원내 진입 혹은 재선의 도구로 변질했다. 당내 청년들과의 교류나 청년위원회 같은 활동도 하나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젊은 현역의원이기에 도전하고, 굵직한 정치인의 보살핌으로 성장하여 유명세를 탔다고 도전한다. 그렇게 청년 정치의 정당성과 공정성 모두를 짓밟으며 지도부에 오른 청년최고위원을 바라보며, 지역과 당내에서 오랫동안 헌신하던 청년들이 받아들여야 할 상대적 박탈감은 전국적인 청년 지지율 하락을 붙잡을 용기마저 꺾었으리라.

더욱이 청년 정치인들조차 청년 정치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다. ‘청년 정치’의 본질은 단순히 청년들이 앞에 나서서 하는 정치가 아니다. 동시대 청년 세대의 아픔을 공감하며, 그들이 품고 있는 시대정신을 대변해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의 실험대일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도드라진 청년 정치인을 꼽으라면 단연 26세 최연소 국회의원 당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YS와 36세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DJ를 예로 들 수 있다. 당시 그들이 내세운 시대정신은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 그리고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었다. 훗날 이어진 그들의 정치 행보를 미화하고 싶지 않지만, 청년 YS와 청년 DJ는 또래를 넘어 많은 국민의 가슴에 ‘민주화’라는 불을 지폈고, 국민과 함께 목숨을 걸고 기득권에 대항했다. 두 청년 정치인은 그들이 대변했던 세대의 환호로 훗날 대한민국의 대통령까지 역임하는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금 국민의힘이나 정치권에 청년들이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바 고작 몇몇의 실수나 잘못 따위 때문이 아니다. ‘한 시대의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정신’ 즉 시대정신을 발굴하여 또래를 설득하고 그 앞에 나서는 청년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의에 맞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싸워주는 이 또한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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