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요즘 크리스마스 캐럴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 많던 크리스마스 트리도 마찬가지여서, 세밑 풍경이 영 썰렁하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게 1980~90년대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다. TV와 라디오는 인파로 터져나가는 서울 명동의 표정을 실시간 전달하기 바빴다. 당시 크리스마스란 신자/비신자 가릴 것 없이 온 나라가 들떴고 행복감을 느꼈다.캐럴 음반만 해도 성탄절 특수를 노려 가수는 물론 개그맨·탤런트까지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꼬마 가수 박혜령도 기억나고,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를 반복하는 영구 심형래의 ‘코믹 캐럴’까지를 라디오는 진종일 틀어줬다.

왕년의 특별했던 크리스마스 풍경이란 6·25 이후 미국의 영향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다. 20세기 대한민국은 개신교·가톨릭 모두 대성공을 거둔 나라이고,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민족적 명절이었다.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 지금의 돌연한 살풍경은 무엇 때문일까? 누군 캐럴의 저작권 탓을 하던데, 정말 중요한 건 반(反)기독교 물결이다. 미국도 기독교 색채가 짙은 "메리 크리스마스!" 대신 "해피 할러데이!"로 바꿔 부른다지만, 국내의 반기독교 물결은 1990년대 말 바람이 불었다. 김대중·노무현 시절과 딱 겹친다. 좌파는 기존 미디어에 대항할 인터넷 매체를 선호했는데, 저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반기독교 흐름을 차곡차곡 준비했다.

바로 그 무렵 PC통신에서 반기독교의 불꽃이 튀었다. 이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클럽안티기독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게 안티기독교 시민운동으로 뻗어가며 손봉호의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만들었다. 반기독교의 결정타는 문재인이 때렸다. 2018년 법무부 인권국장 입을 통해 했던 "기독교는 혐오집단이며, 타협 없다"는 폭언이 그것이다. 건국 이래 정부 당국에 의한 기독교 탄압의 시그널이었다. 그게 다 지나간 얘기라고? 아니다.

요즘도 인터넷 공간엔 ‘개독교’, ‘개독 박멸’이란 말로 넘쳐난다. 개신교·가톨릭은 신앙공동체를 넘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뼈대인데, 그게 휘청거리거나 해체 직전이다. 가톨릭은 신자의 90%가 미사를 거부하고, 개신교 역시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아 교회 공동화를 걱정한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문제가 아니라 교회 자체가 식었다. 한국기독교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이때 썩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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