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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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변하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은 안보 관련 3대 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을 개정, 자위대의 ‘반격 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 보유를 명문화 했다.

일본은 방위예산을 5년 뒤 한국의 2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군사 강국으로의 재부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방위비를 GNP 대비 1% 수준으로 제한해 왔으나, 방위비가 증액되면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군사대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일본 GNP는 연간 5조 달러를 웃돈다. 올해 중국의 GNP(15조 달러)와 미국의 GNP(22조 달러 이상)에는 크게 뒤지지만, 25만 명 상당의 일본 자위대는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 중 하나다.

방위예산 증액이 당장 헌법 9조의 개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 9조는 2차대전 후 미국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없고 군사력도 보유할 수 없는 나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방어적 미사일 공격’을 승인함으로써 평화헌법을 위태롭게 할 수는 있다.

일본의 방어 목표는 당연히 중국과 북한이다. 여러 차례의 북한 미사일 발사실험, 그런 북한을 중국이 제어하려 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국방비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초래됐다. 우크라이나전쟁 또한 일조했다.

한국 역시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일본과 동맹을 유지하고, 동북아 전역을 지배하려는 중국에 대해 일본과 함께 대적하는 게 한국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자위대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중국의 270만, 북한의 120만 병력에 비하면 수적으로 열세지만, 일본은 곧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군대를 갖게 될 것이다. 일본은 수백 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개당 120만 달러에 미국 레이시온으로부터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마일이다. 북한과 중국 북동부 어디든 타격할 수 있다. 또 일본은 F35 전투기 147대를 대당 1억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미사일·전투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지만, 일본은 대미국 의존은 탈피하고자 한다. 일본은 중국·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 타격이 가능한 자국산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중하고 있으며,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위해 미국·영국·이탈리아와 협력 중이다.

하지만 일본이 최고 수준의 재무장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일단 자위대 병력 충원이 일본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을지 미지수다. 또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 시절 채택된 평화헌법 9조가 버티고 있다. 평화헌법 9조는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한 국제평화를 성실히 바라고 추구하며,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 "전항(前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여기에 "국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 내 전쟁 반대 여론은 여전히 강력하고 일본인 대다수가 여전히 평화헌법 9조를 지지하고 있다. 평화헌법 9조를 따르고 있는 한, 중국·러시아가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해도 일본은 그들이 먼저 공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중국의 대만 공격, 북한의 한국 내지 일본 공격은 평화헌법 개정을 촉발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한국 공격은 일본인들에겐 자기네 본토가 공격당하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이다.

궁극적으로 일본은 핵무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기보다 직접 핵을 보유하는 것이다. 오키나와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군 주둔 반대 시위는 일본 지도자들이 직면한 고민을 보여준다.

일본의 핵무장은 ‘적어도’ 아직은 국방 예산안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계속 전술핵으로 위협한다면, 일본은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참상의 기억을 뒤로 한 채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쪽으로 나아가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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