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에디슨모터스의 재무적 투자자 중 하나인 키스톤PE의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투입 계획이 철회됐다.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의 이탈에도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수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
4일 에디슨모터스의 재무적 투자자 중 하나인 키스톤PE의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투입 계획이 철회됐다. 에디슨모터스는 키스톤PE의 이탈에도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수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10월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매각 주간사 EY한영과의 인수가격 삭감 공방,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의 대출 관련 마찰 등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로 예정됐던 본계약은 이달 10일로 미뤄졌고, 회생 계획안 제출 시기도 4차례나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빅딜 자체를 뒤흔드는 또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에디슨모터스의 주요 자금줄인 재무적 투자자의 이탈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본계약 체결 재연기는 물론 인수 무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키스톤PE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자금 550억원과 운영자금 500억원 투입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이번 조치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운영자금 확보가 잇단 차질을 빗은 것이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톤PE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쌍용자동차의 회생을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서 제출을 요구하며 투자를 유보했고,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거절하면서 최종 결별로 귀결됐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인수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쌍용자동차 인수에는 인수대금 3048억원에 더해 1조원 이상의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부지 약 85만㎡를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7000억~8000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키스톤PE·KCGI)와 함께 마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이 이를 거부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완성차 기업들이 전동화에 수 십조원 이상 쏟아붓는 현실에서 500억원으로 올해만 10종의 전기자동차를 출시해 쌍용자동차를 전기자동차 제조사로 변신시키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마스터플랜에 의문부호를 던졌다.

이후 지난달 꺼내 든 회심의 ‘부지 재개발’ 카드도 저지됐다. 평택공장을 주거지로 용도 변경해 평택시와 공동 개발하겠다는 에디슨모터스의 구상이 발표되자 평택시가 즉각 반발한 것이다. 평택시는 입장문에서 "인수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부지 개발은 논의 자체가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런 상황에 키스톤PE마저 이탈하면서 에디슨모터스는 자금조달의 양대 축이 모두 무너진 셈이다.

자금조달을 놓고 불거진 갈등은 쌍용자동차로도 번졌다. 현재 에디슨모터스는 원활한 전동화 전환을 이유로 인수 이전에도 쌍용자동차의 자금 사용처와 연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 중이다. 쌍용자동차가 이를 경영 간섭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본계약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특히 금융권과 자동차 업계는 에디슨모터스의 경영 정상화 플랜에 대한 현실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가 2000억원이나 입찰금액을 높게 쓴 이엘비앤티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자금조달 방안과 경영 정상화 계획의 타당성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두 장점 모두가 부인되고 있어 탈출구 모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는 애당초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출 900억원의 전기버스 제조사가 매출 3조원의 완성차 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의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될 경우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청산 절차를 밟기에는 지역경기 침체 후폭풍이 너무 크고, 공적자금 투입으로 버티기에는 사회적 저항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대안이 없는 탓에 에디슨모터스가 대선 이후까지 시간을 끌어 쌍용자동차 문제를 경제 이슈화시킨 뒤 정치권 개입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 한다는 음모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이 같은 우려와 잡음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해외 투자자와 조 단위의 투자협상이 진행 중이고, 자금조달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파장 진화에 나섰다. 강 회장의 바람대로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자동차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본계약 체결과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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