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코인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불투명한 기업·재정운영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고객 신뢰성을 조속히 회복하지 못할 경우 ‘뱅크런’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연합

세계 3대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가운데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깜깜이 기업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올해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액의 과반인 22조달러(약 2경8600조원)의 거래량을 기록 중인 바이낸스마저 신뢰를 잃어버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휩싸인다면 가상화폐 산업 자체가 빈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바이낸스의 재무구조를 포함한 기업정보가 마치 블랙박스처럼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는 내용의 특별리포트를 보도했다. 지난달 FTX의 붕괴 이후 바이낸스를 투명성의 본보기가 되도록 만들겠다는 창펑 자오 바이낸스 창업자의 발언이 나오자 각종 기록을 분석해 진단한 결과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매출, 이익, 현금보유고 등 기본적 재무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체 가상화폐 ‘바이낸스 코인’이 자사 대차대조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말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2년전 케이맨제도에서 열린 한 중재재판을 통해 이곳에 설립한 바이낸스 홀딩스가 바이낸스 거래소를 소유·운영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거래소의 통제 주체조차 함구하고 있었다. 많이 알려졌듯 케이맨제도는 대표적 조세회피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낸스는 고객의 가상자산에 대해 돈을 빌려주고 고객들이 빌린 자금으로 마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그로 인한 회사의 위험은 어느 수준인지, 고객 인출 준비금을 얼마나 보유 중인지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바이낸스가 세부 재무제표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2018년 이후 외부자금을 조달하지 않아 외부투자자와의 재무정보 공유도 없었다.

더욱이 바이낸스는 미국 내에 새로운 거래소를 설립하는 등의 방식으로 규제당국의 감독을 적극 회피하고 있다. 또 바이낸스가 규제 라이선스·등록·허가·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유럽연합(EU),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등 14개국과 올해 가상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로 등록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두바이에도 사업 및 주 거래소 관련 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존 리드 스타크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인터넷 담당 국장은 "바이낸스는 FTX보다 불투명하다"며 "투명성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검찰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는 바이낸스 경영진의 돈세탁 혐의 등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몇몇 고위 경영진을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다.

지난 12~14일 사흘 동안에만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약 7조7000억원)가 순유출됐는데 FTX 사태에 더해 규제당국의 법적조치가 임박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자오 창업자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은 기울였지만 회계감사법인 마자르가 지난 16일 바이낸스 등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보유현금 증명’ 서비스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보유현금 증명은 별도의 수치 검증 없이 업체가 제공한 자료에 기반해 발행되고 보증을 제공하지 않음에도 대중들이 이를 재정건전성이 입증됐다고 잘못 이해해 중단키로 결정했다는 게 마자르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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