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영화는 흥행 면에서 그리 대단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닫혔던 극장 문이 열리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을 얻은 한 해였다. 올해 배우들은 어떤 성과를 얻었을까, 눈에 띄는 10명을 골라 ‘기상도’ 식으로 체크해 봤다.

수리남의 하정우와 황정민.
수리남의 하정우와 황정민.

유해진: 가장 알차게 보낸 배우. ‘공조 2’ ‘올빼미’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유해진은 ‘감초’ ‘주연 같은 조연’ ‘신 스틸러’ 등의 찬사를 들어온 배우다. 연기는 썩 잘하지만 주연급은 아니라는 의미. 하지만 ‘럭키’ 이후 유해진도 주연을 할 수 있으며 흥행배우라는 것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특히 ‘올빼미’에서 왕 역할로 그동안의 ‘천민의 설움’도 씻어냈다.

이정재: 지난해 ‘오징어게임’ 열풍의 열매를 올해 땄다. ‘오징어게임’으로 미국배우조합상, 크리틱스 초이스,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감독 데뷔작 ‘헌트’도 무난한 평점을 받았고, ‘스타워즈’ 시리즈 새 드라마 ‘애콜라이트’ 주연도 맡게 됐다. 이정재 생애 최고의 해다.

손석구: ‘범죄도시 2’ 메인 빌런 강해상,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 역으로, 손석…하면 앵커 손석희를 떠올렸던 이들이라도 앞으로는 손석구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28세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유명 대사 "나를 추앙해요"처럼 손석구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탕웨이: ‘색, 계’ 이후 탕웨이 출연 영화는 안 보게 됐다. 그만큼 ‘색, 계’가 강렬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그 마음을 바꾸게 했다. 박찬욱 감독이 왜 국내 배우들 다제쳐두고 탕웨이를 캐스팅했는지 알 만하다. 올해 한국영화 출연 단 한 편으로 그 존재이유를 각인시켰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성민.
'재벌집 막내아들'의 이성민.

마동석: 모로나 해금된 극장에서 ‘범죄도시2’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3편 촬영에 들어갔다. 물론 마동석 주연이다. 하지만 12월 개봉한 ‘압꾸정’은 심했다. 아무리 마블리라도. 다된 범죄도시에 압꾸정 뿌리기. 그래서 맑음과 비옴이 함께한 2022년이다.

송강호: 그의 5월은 푸르렀다. 5월 29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로 한국 남자배우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똑똑한 한국 관객들이 송강호 출연작을 당연히 보진 않는다. 여세를 몰아 8월 자신있게 내보인 ‘비상선언’은 비상하지도 흥행선언을 하지도 못했다.

박해일: 가장 애매한 배우. ‘한산:용의 출현’ ‘헤어질 결심’이 동시에 개봉했다. 두 작품 모두 짱짱하게 사전홍보가 된 영화. 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기에는 장르가 너무 달랐을까. ‘한산’에서는 ‘명량’과 다른 선비형 이순신을 연기한 것, ‘헤어질 결심’에서는 탕웨이의 든든한 백업이 되어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슈룹'의 김혜수.
'슈룹'의 김혜수.

황정민·하정우: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인기를 끌었다. 마약왕 황정민과 할 수 없이 국정원 언더커버가 된 하정우. 황정민 더하기 하정우 조합은 더할나위 없다. 드라마로는 재미있었지만, 연기로는 데자뷔-어디선가 봤던 익숙함이 있었다.

이성민: ‘남산의 부장들’ 박대통령 역 이후 한동안 영화 쪽 성과가 뜸했다. 그러다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진가를 보여줬다. 송중기가 주연이기는 하지만 이성민 없으면 어림없었다. 연기 제대로 한 순양가 3남매(윤제문·조한철·김신록)의 좌장이 이성민이다. 신마다 컷마다, ‘열연의 인간화’가 이성민이었다.

김혜수: 남성 중심 영화가 중앙을 차지한 한국영화계에서 여배우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혜수는 현명하게 그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올해는 ‘슈룹’이다. ‘슈룹’에서 김혜수는 다섯 왕자를 둔 중전 역할로 종횡무진했다. 오죽하면 김혜수의 눈썹도 연기를 한다 할 정도였다. 역시 믿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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