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는 1637년(인조 15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8년 만에 돌아왔으나, 돌아온 지 두 달 만에 갑자기 죽었다. 오한을 치료받기 시작한 지 4일 만이었고, 세자의 나이 34살 때였다. 종친이었던 진원군 이세완(李世完)이 염습에 참가했는데 시신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시신은 약물중독으로 죽은 사람의 모습이었다. 온 몸이 검게 변하였고 이목구비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상은 실록의 기록이다.

이처럼 영화 ‘올빼미’는 허황된 상상력이 아니라 역사기록을 충실히 따라간다. 그러나 실록에는 누가 범인인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영화는 억울하게 죽은 세자의 원한을 풀기라도 하듯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살인사건 수사의 기본은 주변인물 탐색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첫 번째 인물은 세자를 치료한 어의 이형익. 그는 인조의 애첩 조소용이 추천한, 그러니까 시험을 거치지 않고 특채된 의원이었다. 어의 이형익과 그 배후를 밝히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강한 의심만 있을 뿐 어떤 증거도 없다. 사건의 실마리는 의외의 인물에서 풀린다. 어의 이형익의 조수 경수. 경수는 맹인이지만 뛰어난 침술을 인정받아 궁궐에 입성한 젊은 의원이다. 그날 밤, 경수는 현장에서 살인 장면을 목격한다.

'올빼미'.
'올빼미'.

밤에만 볼 수 있다는 맹인의 설정은 기막힌 아이디어인 동시에, 그런 맹인이 어디에 있어, 하는 의구심을 산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맹인이 있다. 주맹증이라는 병으로 낮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밤에는 사물이 보인다. 마치 ‘올빼미’처럼.

밤에 사물을 볼 수 있다는 맹인의 설정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보통의 팩션(faction) 스릴러와의 차별을 예고한다. 영화 ‘올빼미’는 사건과 목격자라는 두 축이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절묘하게 균형을 잡는다. 사건 당일, 하루라는 숨 막히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배치하여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의 팽팽한 심리를 부각시킨다. 강렬한 서스펜스와 긴장감 또한 이야기의 몰입을 배가시키면서 관객을 압도한다.

‘올빼미’는 안태진 감독이 세상에 선보이는 첫 장편 상업영화다. 그는 ‘왕의 남자’를 조감독했고, 그 영화의 성공이 ‘올빼미’로 이어졌을 터이다. 항간에 들리는 말에 감독은 ‘올빼미’ 시나리오를 100번도 더 고쳤다고 한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으리라. 흥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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