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시의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당시 긴급 출동 중인 '닥터카'에 탑승한 신 의원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연합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시의원은 이날 이태원 참사 당시 긴급 출동 중인 '닥터카'에 탑승한 신 의원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한다고 밝혔다. /연합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참사 현장에 닥터카를 이용해 늦게 도착한 것을 두고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시 현 정부 행정을 두고 ‘골든타임 4분’을 강조하며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하지만 정작 신 의원은 현장에 닥터카를 늦게 도착하게 했으며 현장을 15분만 둘러보고 의전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신 의원이 탑승한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 ‘닥터카’는 10월 30일 0시 15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출발했다. 이후 오전 1시 45분 이태원 현장에 54분 만에 도착했다. 명지병원보다 더 먼 곳에 있는 수원 아주대병원 긴급차량은 26분 만에 도착한 것과 비교해 현저히 늦은 수준이다.
 
닥터카는 강변북로를 타고 곧바로 이태원으로 가지 않고 신 의원 아파트를 들러 갔다. 민주당 측은 대로변에서 신 의원이 닥터카와 만났다고 해명했지만 운행 기록에는 아파트 단지 앞 도로를 지난 것으로 드러났다.
 
명지병원은 신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하기 직전까지 근무했던 병원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신 의원이 명지병원 측에 직접 연락해 함께 현장에 가자고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본 병원 의사, 게다가 현직 국회의원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 의원은 수행비서도 참사 현장에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닥터카에는 치과의사인 남편도 함께 태워 이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전직 가정의학과 의사다. 전문가들은 중증외상환자 담당이 필요한 재난현장에 가정의학과·치과 의사가 닥터카 출동을 지체하면서까지 필요했던 것인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신 의원 측에서는 "상황이 심각해지면 사람을 식별할 때 치아 부분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 남편이 동행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참사 당시 골든타임을 강조하며 행정을 비판했다. 신 의원은 "대부분 골든타임은 4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상당히 많이 지연된 상황이었다. 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구조가 지연됐다"며 "긴급·응급 환자와 비응급환자의 이송 우선순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SNS를 통해 "이태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무능이 원인이라고 사자후를 토하더만 정작 골든타임 4분을 54분으로 박살 낸 죄인"이라며 "민주당은 이태원 국정조사에 신현영부터 데려다 철저히 조사하라"고 꼬집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SNS.
현장에 남편과 ‘닥터카’를 타고 갔던 신 의원은 현장에 15분가량 머물다 ‘장관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사상 최악의 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국힘 의원은 "이 같은 기행이 남긴 것은 신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현장 사진 뿐"이라며 "소위 자신의 정치적 그림을 따기 위해 재난을 무대 소품으로 활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신 의원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자리를 내려놨다. 신 의원은 "저로 인해 10·29 이태원 국조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본질이 흐려지고 정쟁의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국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 이어 서울시의원으로부터 추가 고발장이 접수됐다. 이종배 국힘 서울시의원은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의원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고 말했다. 민생대책위도 신 의원을 직권남용·공무집행방해·강요·응급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SNS 게시용으로 사진찍기 위해 구호차량을 이용하고 남편까지 구급차량에 동승시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끔직한 패륜적인 행동"이라며 "15분 동안 한 일은 사진 찍은 것밖에 없다. 현장을 보고도 사진 찍을 정신은 있었는지, 그 사진을 (SNS에)게시할 용기는 어디서 나왔는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힘 측은 신 의원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국힘 수석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국조특위 위원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사진을 찍고 의전을 받는 것이 우선인 사람. 그 어디에서 의사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찾을 수 있겠나"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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