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에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
이란 대통령 등 7만여 명 운집해 "美에 가혹한 복수" 다짐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친딸 제이납.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무쌀라 모스크’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며 인사하고 있다. 공적 행사에 여성이 나서서 발언하는 것은 이슬람 세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통한다. /연합

"손을 피로 물들인 우리의 적(미국)들에게 가혹한 복수를 행할 그 날까지 차근차근 다가갈 것입니다."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Quds·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납 솔레이마니가 3일(현지시간) 2주기 추모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이납은 "적들(미국)이 가짜뉴스와 음모로 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하지만, 오히려 아버지를 더욱 위대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에서 공적인 대중 행사에 여성이 대표 연사로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AFP통신 등은 평가했다.

이날 추모식에선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암살한 미국은 명백한 범죄 국가", "트럼프를 법정에 세우지 않으면 전 세계 무슬림들이 우리 순교자를 위한 복수에 나설 것"이라고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도 연설에서 말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추모식이 진행된 예배당은 7만 여명으로 가득찼고, 이란 국기와 솔레이마니 초상화를 흔들며 "미국 타도" "이스라엘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계속 외쳤다.

이란에서 정치·종교적 성향을 넘어 폭넓은 지지를 받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2020년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을 사살한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쿠드스군의 미국 공격 징후가 있었다는 게 당시 미 국방부의 설명이었다. 솔레이마니는 사담 후세인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1980∼88년)에서 사단장, 1998년 쿠드스군 총사령관이 되어 20년간 군을 이끌었다. 그는 이란의 영웅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에겐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이었다.

한편 솔레이마니 추모 2주기에 맞춰 이스라엘 영자지 ‘예루살렘 포스트’ 홈페이지와 SNS가 해킹을 당했다. 이날 해킹 당한 웹사이트 전면에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반지(ring)로 보이는 곳에서 미사일이 발사돼 이스라엘의 핵시설을 향해 떨어지는 그림이나타났다. "우리는 너희가 생각지도 못할 가까운 곳에 있다"는 히브리어·영어 경고 메시지와 함께였다. 중동의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오랜 ‘앙숙’ 이란의 핵보유를 극도로 경계해왔다.

솔레이마니 2주기 추모식 참석한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무쌀라 모스크’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
솔레이마니 2주기 추모식 참석한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무쌀라 모스크’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