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모델3 차주들과 사진 촬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신화=연합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에서 모델3 차주들과 사진 촬영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신화=연합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인권유린 의혹이 국제적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이 문제가 중국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들에게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인권 착취에 공모한다는 비난과 중국 사업을 외면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중국 인권탄압 의혹의 핵심인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 우루무치에 첫 대리점을 개설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31일 웨이보 공식 계정에 "2021년 마지막 날 신장에서 만난 우리들, 이곳에서 2022년 전기 여행을 함께 시작합시다!" 라는 문구와 더불어, 중국 사자탈이 동원된 대리점 개설 행사 사진을 공개했다. 이로써 테슬라는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등 중화권에 30개 대리점을 개설하게 됐다.

고민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노동·강간·고문·강제 낙태·자궁 적출 등 반인륜적 범죄가 산업적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와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이에 신장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 기업들은 평판 하락을 감수해야만 한다. 반성하는 입장을 취하면 중국 정부와 국수주의적 중국 소비자의 분노에 시달리게 된다. 진퇴양난이다.

최근 미국 월마트 산하 샘스클럽은 신장 생산품 판매를 중단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온라인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다. 한 중국 누리꾼이 샘스클럽 전용 애플리케이션 검색창에 ‘신장’을 검색하면 "죄송합니다. 관련 상품을 찾을 수 없습니다" 메시지가 뜬다며 불평하자 월마트 측은 중국 언론에 재고 부족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지난달 31일 중국 반부패 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로부터 "국민 감정을 존중하라"는 이례적 경고를 받았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자사와 자사 협력사들에게 신장 제품 사용금지 방침을 밝혔다가 중국 내 여론이 악화돼 사과 성명을 냈다. 지난해 3월엔 H&M과 나이키가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불매 운동을 겪었다. 작년 H&M 3분기 중국 매출이 전년 대비 40% 급락, 아디다스의 경우 15% 하락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의 매력을 글로벌 기업들은 포기하기 어렵다. 테슬라가 지난해 전세계에 납품한 총 93만6172대의 차량 중 절반 이상이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됐다. 기업 이윤 전체를 견인하는 게 중국 사업인 것이다. 테슬러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중국 공산당 정부를 칭찬하는 발언을 자주 내놓고 있다. 외국 자동차 기업 최초로 테슬라가 현지 공장의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은 중국 정부의 화답이었다. 독일 폭스바겐 역시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강제노동 의혹을 부인하며 우루무치 지역에 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과 무슬림 소수민족이 수용소에 강제 구금됐고, 이중 일부가 강제 노동·고문·불임 및 낙태 시술을 강요당했다"며,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명한 법안엔, 신장위구르 자치구 인권유린 문제를 겨냥한 비자 및 금융 제재·수출제한·수입통제 등의 조치가 포함됐다.

중국 신장 대리점 연 테슬라/테슬라 웨이보 계정 캡처. /연합
중국 신장 대리점 연 테슬라/테슬라 웨이보 계정 캡처.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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