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천
이주천

윤석열 대통령만큼 집권과정에서 운이 따른 정치지도자도 없을 것이다.

이승만은 한반도 좌우익 합작정부 구상을 내세운 미국을 홀로 물리쳐야 했다. 박정희 소장은 5·16을 일으켰을 때 케네디 행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그래서 6개의 혁명공약 중 친미노선과 반공주의를 적시해 미국을 달래야만 했다. 전두환은 80년 유혈낭자한 5·18광주사태의 수습 와중에서 힘들게 집권했다. 노태우는 3당통합의 묘수 속에 기사회생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경우, 30대에 정치를 시작해 30년 이상을 야당으로 온갖 정치 탄압을 겪었고, 천신만고 끝에 집권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의 경력만으로 정치 시작 불과 8개월 만에 집권에 성공했다. 이런 경우는 한국정치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전무후무한 대사건이다. 그렇다면 그의 후보시절부터 올해까지 그에게 찾아온 행운적 요소를 찾아보자.

첫째, 이재명 리스크다.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집권이 ‘다단계 공산화’를 완결시킨다는 공포증이 보수우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이는 윤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를 유도한 배경이 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좌익정권의 폐해를 몸소 경험했기에, "네 번째 종북좌익정권의 등장은 절대로 안된다"는 염원이 대선과정에서 알알이 새겨졌다. 그 염원은 윤석열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한 특검팀에서 일하며 탄핵 구실을 제공, 결과적으로 주사파 집권에 공신이었던 경력을 용인한 것이다.

둘째,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의 유리함이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나토는 한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윤 대통령을 초청해 한국의 대외적 위상이 상승됐음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K-방산도 날개를 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선을 접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공급을 가장 많이 한 나토 회원국이다. 폴란드는 그로 인한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해 K2 전차 980대 , K9 자주포 648문 , FA50 경비행기 50대 , 천무 다연장포켓포 288문 등 한국산 무기의 대량구매에 나섰다. 심지어 다른 유럽과 중동 국가들도 한국 무기에 대해 관심이 급등하고 있다.

셋째, 명분없는 화물연대 파업이다. 3년 이상 코로나사태로 인해 경제가 매우 어려웠고, 또 이태원 사고가 채 한 달도 경과되지 않은 유가족들의 눈물도 마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윤 정권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파업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했다. 결국 파업은 실패했고,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최초로 41%를 넘어섰다.

넷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학습효과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2년 반 만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선전선동에 수십 만의 촛불좌익이 앞장서고, 조중동 언론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얽어맸고, 국회에서 과반수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2017년 3월 헌재는 민심의 여론을 받들어서 8 대 0으로 탄핵 수용을 했다. 이를 경험했던 국민들은 좌익의 선전선동에 몸서리치게 됐다. 더이상은 이러한 선전선동에 속아서는 안되겠다는 국민 각자의 결의가 있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여러 차례 운명에 대해 논하고 있다. 운명은 여신과 같아서 과감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작년과 올해까지 윤 대통령에게 많은 행운이 다가왔다. 그러나 행운이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 그 행운에 도취해서 자신의 할 일을 소홀히 한다면, 곧 불운이 닥칠 수 있다. 트루먼은 회고록에서 권력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으로 묘사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판문점 어부 송환사건에 대한 수사가 벌써 7개월이 넘고 있다. 만약 ‘서훈만의 구속’(?)으로 꼬리자르기식 적폐청산으로 마감한다면, 또 이태원 사고의 원인및 책임자 규명이 미진하게 진행된다면,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다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행운이 함께해 여기까지 오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제시한 법과 원칙에 따름 공정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당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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