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지자체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9일 대구광역시 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 /연합
대구광역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부 지자체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9일 대구광역시 청사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식. /연합

대구광역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고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당초 취지와는 무색하게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불편만 초래하는 상황에서 대구시가 먼저 규제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2년부터 실효성 논란이 끊이질 않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시는 최근 지역 내 대형마트·소상공인 단체와 이 같은 내용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내년 중 대구시 8개 구·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은 2·4주차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뀌게 된다.

상생 방안도 마련됐다. 대형마트 전단광고에 중소 유통업체를 홍보한다거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판매·위생관리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통시장·중소 슈퍼마켓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주차장의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됐다.

전국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데 소속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동의한 곳은 대구시가 유일하다. 현재 대구에서 의무휴업 대상은 대형마트 17곳, 기업형 슈퍼마켓(SSM) 43곳 등 모두 60곳이다. 대구시는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한 후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대형마트 평일 휴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10년 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하면서 도입됐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대형마트 근로자의 건강권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전국의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며, 영업시간 역시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전통시장은 계속해서 사그라드는 추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 수는 1401곳이다. 2006년 1610곳과 비교해 209곳이 줄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차갑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8%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48.5%가 ‘없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소비자들은 규제 대상이 아닌 중규모 슈퍼마켓·식자재마트(52.2%)나 온라인 쇼핑(24.5%)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된 이후 반사이익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아닌 중소 유통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대형마트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의 대형마트는 모두 381곳이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해 29곳이나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고심하는 모습이다.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면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 과정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이 협의 없는 일방적인 통보라는 이유로 철회를 주장한 바 있다. 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조 역시 조합원 20명이 대구시청 산격청사의 대강당을 무단 점거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미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정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지리적 한계로 마땅한 쇼핑 채널이 부재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한 지방자치단체는 5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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