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反)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한 전세계 100여 도시에서 운영중인 ‘비밀 경찰서’가 한국에도 설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해외 110(중국의 경찰 신고 번호, 우리나라의 112에 해당) 서비스 스테이션’을 만들고, 반체제 인사들의 본국 송환, 체제 선전과 정보 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런 의혹에 대해 군·경찰의 방첩 조직, 외교부 등 부처를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주권 침해·사법 방해 등의 혐의가 양국 간의 관계에 중대한 현안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런 의혹에 대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교민들을 위해 운전면허증 갱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영사 콜센터"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재국과의 소통 없이 외교 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국제법상 불법이고 주재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또 중국이 이런 비밀 경찰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이라고 알려졌다.

중국의 비밀 경찰서 운영은 세계 각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이미 자국 내 중국이 운영하던 비밀 경찰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다른 나라들도 실태를 파악하는 대로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재인 정권 시절이라면 중국의 비밀 경찰서에 대해 단호하고 원칙적인 조치를 기대할 수 없었다.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퇴출된, 중국공산당의 이념 선전과 정치 공작의 거점인 공자학원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23개소나 운영중이라는 사실이 그 점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중국은 현대 문명의 일부가 되기에는 너무나 낡고 고루한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있다. 중국은 자신이 다른 나라보다 크고 우월한 나라이며 따라서 근대적인 국제 질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중국이 대외 관계에서 보여준 안하무인의 태도나 상상초월 불법을 저지르는 관행 등이 그런 생각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번 비밀 경찰서 파문도 중국식 관행의 연장이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필연적으로 외교적 고립과 퇴출로 이어진다. 근대 문명 세계의 일원이 되려면 중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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