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2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의 정부혁신-디지털플랫폼정부’ 공약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

"김종인을 계속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남겨놓느냐, 아니면 결별하고 윤석열 후보가 선대위를 직접 총괄하는 방식으로 선대위를 재편하느냐". 국민의힘 선대위 개편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윤석열 후보의 고민이다. 이제 3·9 대통령 선거일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더 이상 국민의힘 선대위에 혼란이 있어서는 안된다. 윤석열 후보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이 결단의 핵심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거취가 있다.

윤 후보는 4일 선대위 개편을 놓고 여의도 선대위에 출근하지 않고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외부와의 연락을 일절 차단한 채 핵심 참모들만 그의 자택에 모여 있다.

고민은 깊지만 결국 문제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김 위원장과 계속 동행하는 방법을 택한다면 윤 후보는 후보 권위에 손상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미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선대위에서 주문하는 대로 연기만 잘 하면 이긴다"며 ‘후보 패싱’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애초에 김 위원장은 참여하는 비대위, 선대위마다 전권을 요구하는 ‘상왕(上王)논란’을 일으켰기에 이는 새삼스러운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계속 김 위원장의 손을 빌린다면 이는 ‘후보 자격론’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속되게 말해 ‘김종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 초보’의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과 계속 동행을 택한다면 이미 수 차례 돌출행동으로 선대위 분열의 진원지가 된 이준석 당대표도 계속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껏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돌출행동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간는 45년의 나이차이가 무색하게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는 공생관계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선대위 활동 당시 후보를 곤란하게 하면서도 서로를 보호하며 버텨냈다.

2012년 11월 초 박근혜 캠프에 행복추진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던 김 위원장은 박 후보와 상의도 없이 경제 민주화 공약 초안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그 전달에도 ‘경제 민주화에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5일간 당무를 떠났다가 박 후보의 설득으로 복귀한 적이 있었다.

역시 선대위원으로 박근혜 캠프에 참여해있던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복귀 이유에 대해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추진 의지를 확실히 재확인했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딴죽’을 거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대변인 노릇을 한 셈이다.

선대위원이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대위원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이 정상적인 선대위일 수는 없다. 결국 박 후보는 김무성 의원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선대위 난맥상을 정리하게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캠프에서는 김무성 의원처럼 ‘불도저’같은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사람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결별하고 후보 본인이 선대위를 책임지는 ‘단기필마’를 선언한다면 자연스럽게 ‘후보 패싱’ 및 ‘후보 연기론’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거기에 수 차례 돌출행동으로 선대위에 균열을 일으킨 이 대표 역시 선대위에 관여할 명분이 사라진다. 이미 이 대표는 선대위 업무에서 손을 뗀 지 열흘 넘게 지났다. 이 대표가 앞으로도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며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그런만큼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 결별하면서 이 대표 사퇴 압박에 동참한다면, 여러 곳으로 분산된 리더십을 한 데 모으는 시너지 효과가 더해질 수 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울산 회동’ 이후 선대위에 합류하면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지지율에서 오히려 역전을 허용했다. 딱히 보여 준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낸 셈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야권 단일화’다. 지금 시점에서 김 위원장 및 이 대표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지 못하고 후보 중심의 선대위로 재편하지 못한다면, 대선후보등록을 앞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단일화 논쟁에서도 김 위원장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은 후보단일화의 협상 대상인 안철수 대표와는 거의 원수지간으로 지내기 때문에 안철수와의 단일화협상을 극력 반대할 것이다. 이는 이준석 대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과 이준석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줘야 야권 단일 후보로 본선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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