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무탄소 경제 이행과정에서 제한적인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무탄소 경제 이행과정에서 제한적인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의회가 수소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실현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수소가 다양한 현실적 이유로 탄소제로경제 이행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는 최근 ‘순제로 달성을 위한 수소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소가 탄소중립 실현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명백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수소는 친환경에너지로서 여러 가지 매력적 특성을 지녔지만 지금껏 확보된 대다수 증거를 감안할 때 현 기술 수준에서는 제한된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에 영국 하원의원들은 향후 2개월 내에 정부가 영국의 미래 에너지 시스템에서 수소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지, 언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산업계에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 각국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궁극의 에너지로서 수소의 활용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40여 개국이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국가 전략을 수립·시행 중이며 2050년 글로벌 저탄소·무탄소 수소시장 규모가 최소 12조달러(약 1경54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의 환경 정상회의에서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재생가능자원에서 뽑아내는 모든 단위 전력이 지구 기후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의 독립과 안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는 수소의 대세화를 저해할 현실적 문제로 비용·기술·인프라를 꼽았다. 예컨대 가정 난방용 연료로 기존 천연가스 대신 수소를 활용하려면 보일러와 인프라 시설을 교체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실용성·경제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수소의 생산방식 또한 한계로 지적됐다. 실제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자연에너지에서 얻은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발생시킨 ‘그린 수소’라야 무한에너지·무공해에너지라는 수소 본연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데 경제성 확보가 요원한 실정이다. 그 때문에 현시점에서 생산되는 대다수 수소는 탄소가 함유된 메탄(CH4)을 고온·고압 수증기와 반응시켜 뽑아낸 ‘회색 수소’다. 회색 수소의 경우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생산공정 중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접목해 회색 수소의 친환경성을 높인 ‘블루 수소’도 있지만 ‘눈가리고 아웅’식의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보고서는 전기차의 득세 역시 수소의 보편적 활용을 저해해 일부 응용분야에서나 힘을 쓸 틈새연료에 머물게 할 요인으로 내다봤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최대 시장인 차량용 연료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보고서는 "탄소제로 미래로 나아가려면 에너지를 확보·이용·저장하는 과정에서 다각적 변화가 이어져야 한다"면서 "영국에서 수소가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크게 기여할 시점이 언제일지 불확실한 만큼 중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가정은 현명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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