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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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출로 버티고 있어요. 사채도 썼고요." 유튜브에서 정유라 씨를 만났다. 다들 알다시피 정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최서원(개명 이전 최순실) 씨의 딸. 1996년생으로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녀가 이 사건에서 무슨 대단한 역할을 했을 것 같진 않지만, 화천대유 50억 클럽 멤버일 만큼 정의의 사도인 박영수 특검은 그녀에게 체포영장을 청구한다. 도쿄올림픽 준비차 독일에 머물던 정씨는 추적을 피해 덴마크로 도피했지만, 언론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특히 JTBC 이가혁 기자는 끈질긴 취재 끝에 결국 정씨가 덴마크 올보르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기자가 문을 두드리자 정씨 측은 문을 걸어잠궜지만, 기자는 인터뷰를 하게 해달라며 울부짖었다.

정씨가 응하지 않자 기자가 택한 방법은 덴마크 현지 경찰을 동원하는 것, ‘여기 불법체류자 있어요’라는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고, 결국 정씨는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된다. "기자는 사건을 보도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따윈 JTBC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씨가 체포되는 장면은 JTBC 카메라에 담겨 그대로 보도됐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 정씨는 말했다. "아이와 함께 있게 해 준다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 내가 한국에 가서 체포되면 19개월 된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특검은 이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대신 정씨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등 어떻게든 정씨를 귀국시키려 온갖 노력을 다했다.

특검의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정씨는 2017년 5월 30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당시 기자들은 정씨의 송환 장면을 생동감 있게 전했다.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한다.

‘범죄인 호송 규칙에 따라 정씨에게는 수갑이 채워졌고 미란다원칙 등 유의사항이 통지됐다...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어 보였던 정 씨는 금새 시무룩해졌다. 정씨는 일반 승객들과 완전 격리되지는 않았다. 다만 일반 승객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씨의 좌석은 이코노미석인 항공기 왼편 맨 뒤에서 두 번째 줄 창가 자리로 정해졌고...정씨는 수갑이 채워진 손을 담요로 가린 채 창밖을 응시하며 다른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애써 피했다. 취재 기자가 다가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소감에 대해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올보르 법정에서 기자들이 묻지도 않았던 내용까지 줄줄이 얘기하며 "나는 모른다", "모든 것은 엄마가 다 했다"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던 당당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이없는 일은 그 뒤였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검찰은 정씨를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정씨를 데려온 이유는, 망신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계속되는 멸문지화의 고통 속에 있는 가족을 챙기고 돌봐야 하는 가장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2년 12월 2일,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재판 최후진술에서 한 말이다. 법무부장관에 지명된 이후, 조국네 가족이 고초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검증과정에서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드러나서였을 뿐, 없는 죄를 덮어씌운 건 아니다. 게다가 2022년 12월 현재까지, 법의 심판을 받은 이는 정경심 씨 한 명이 전부다. 조국은 기소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대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뿐인가. <조국의 시간>을 비롯해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돼 상당한 인세를 벌었으며, 차 유리창을 닦아줄 열혈지지자들이 차고 넘친다. 사실 여부는 모르지만 관악구에서 총선에 출마한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는데, 나오면 무조건 당선일 듯하다.

딸 조민은, 부산대와 고려대에서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의사다. 스무살 정유라에게 무제한 취재가 허용된 것과 달리, 조민은 접근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그녀가 일하는 병원으로 찾아간 가세연이 수익창출금지 처벌을 받았지 않은가? 더 어이없는 건 입시비리의 공동정범인 조민이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 정유라 씨가 ‘이게 공정이냐?’를 외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정씨는 조국처럼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한탄하는 대신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좌파의 위선을 꼬집는 SNS 게시물을 꾸준히 올린다. 그 멘탈의 비결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세 아이의 엄마잖아요!" 정씨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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