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이 2년 유예됐다. 이에 따라 15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배우자나 부모·자식 등 가족 지분을 합산해 계산하는 기타 주주 합산 규정은 폐지될 전망이다.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던 가족 합산 과세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與野)는 지난 23일 금투세 시행 시기를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동안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양도세를 매기고, 나머지 소액 주주들에게는 비과세 혜택을 준다. 하지만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종류의 금융투자상품에서 일정 금액이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매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상장 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투자 수익을 낼 경우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금투세 과세 대상은 국내 상장 주식 기준 15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이들은 내년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시행 유예에 따라 앞으로도 2년간은 과세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기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과세도 2년간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 채권의 경우 이자소득은 과세되지만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계속 비과세된다.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비과세가 유지된다.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역시 마찬가지. 과세 시행일이 2023년 1월 1일에서 2025년 1월 1일로 늦춰졌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기본공제 금액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가상자산 투자자는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후년까지 내지 않아도 된다.

가상자산 과세는 관련 논의가 시작된 후 세 번째 연기됐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국회 논의 단계에서 과세 시점이 올해 1월로 3개월 미뤄졌고, 이후 내년 1월로 또다시 1년 연기된 바 있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은 현행대로 종목당 10억원 또는 지분 1∼4%가 유지된다. 당초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한 종목을 100억원 넘게 보유한 고액 투자자에게만 양도세를 매기려고 했다. 하지만 ‘부자감세’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현행 유지가 결정됐다.

다만 대주주 여부를 판정할 때 가족 지분까지 합산해서 계산하는 기타 주주 합산 규정은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기존 합산 과세 체계에서 혼자 10억원 넘게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만 세금을 내는 인별 과세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가족 합산 과세는 소득세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개선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가족 합산 폐지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행 가족 합산 과세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자 본인이 소액 주주이더라도 가족이 보유한 주식까지 합치면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더구나 개인이 직계 존비속은 물론 특수관계자의 주식 보유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탓에 세 부담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투세 도입 같은 대대적 세제 개편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주식시장의 ‘큰 손’들이 금투세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증시로 옮겨가면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폭락해 결국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2년 유예에도 불구하고 불씨는 남아있다. 양도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으로 유지되면서 연말까지 거래일이 얼마 남지 않은 국내 증시에 큰 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지수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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